“행복하기에도 모자란 시간, 후회하며 보내면 안되겠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6일 03시 00분


금천구립 사랑채요양원장 혜능스님
어르신들 간호-재활-돌봄 서비스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하도록 도와”

혜능 스님은 “행복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을 어르신들이 속상해하고, 슬퍼하며 보내지 않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중생 구제’가 요즘 말로 하면 ‘사회복지’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2일 서울 금천구립 사랑채요양원에서 만난 혜능 스님은 수행의 방법으로 사회복지사를 택한 이유가 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2004년 출가한 그는 대학(동국대)에서 사회복지학을 부전공한 뒤, 2022년부터 이곳 원장을 맡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사랑채요양원에서는 치매, 중풍 등의 장기 요양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의료, 재활, 간호, 돌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혜능 스님은 간호, 재활 등 물리적인 돌봄도 중요하지만 “어르신들이 인간으로서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고 몸도 아픈데, 일부 어르신들은 자식들로부터 버려졌다고 생각해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인생을 잘못 살아온 결과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끝까지 아들 욕을 하고 돌아가신 분도 있어요. 그분이 평생을 잘못 살았을 리도 없고, 지금 화를 낸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지요. 죽음은 누구나 겪는 것인데 화난 상태로 마지막을 맞는 것은 너무 억울하지 않습니까? 내 인생인데요.”

그는 “어르신들이 ‘빨리 죽어야지’ 하는 말은 사실은 ‘늙고, 병들고, 밥값 못하는 쓸모없는 사람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반대의 뜻”이라고 말했다. 늘 죽어야겠다고 말하던 어르신도 막상 다른 사람이 죽기 직전의 모습을 보이면 무서워한다는 것. 함께 있던 사람이 외부 병원에 가면 ‘언제 오느냐’ ‘혹시 돌아가셨느냐’고 계속 묻는다고 한다.

“어르신들에게 사랑한다고,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아시냐고, 보살핌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된다고 끊임없이 말해 드립니다. 당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진심으로 느껴야 신뢰가 생기고 더 깊은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너는 늙어 봤니? 나는 젊어 봤다’란 우스개가 있지만 젊은 사람들이 어르신들의 마음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이곳 직원들은 어르신들의 입장이 돼보는 것부터 일을 배운다. “늙고 병들어 기저귀 차는 것도 그런데 남이 내 기저귀를 벗기고 입히면 굉장히 수치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직접 그 경험을 해보면 어르신들을 대할 때 마음가짐이 달라지지요.”

혜능 스님은 “요양원에 있으면 ‘젊었을 때 그러지 말걸’ 하고 후회하는 어르신들을 많이 본다”며 “후회한다고 바꿀 수도 없는 일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자신이 얼마나 잘 살았는지 알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역설적으로 지금 이 순간이 (남은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라는 것 아닐까요. 행복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을 속상해하고 슬퍼하며 내가 아닌 모습으로 보내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금천구립#사랑채요양원장#혜능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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