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으로 들뜬 스톡홀름 도착…‘비상계엄’ 언급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6일 11시 44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대형서점의 한강 책 매대. 스톡홀름=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5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중심부 쿵스가탄에 위치한 2층짜리 대형서점. 문을 열고 열 걸음 들어서자 정면에 한강 작가의 책을 따로 파는 매대가 눈에 들어왔다.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바로 왼편에 위치해 오르내릴 때마다 한 번씩 눈길이 갈 법한 위치였다. 매대엔 한강의 책 ‘작별하지 않는다’ 등 5권이 영어나 스웨덴어로 버전으로 전시돼 있었다.

이 서점 베스트셀러(소설 분야) 매대엔 한강 책이 1~4위를 차지했다. ‘작별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순이었다. 서점 직원 울리카 에클로브 씨는 “한강 책이 1시간에 5권은 꾸준히 나간다. 특히 ‘채식주의자’가 인기”라고 귀띔했다.

노벨상 수상 이전에도 한강이 인지도가 있었는지 묻자 그는 “그전에도 꽤 알려졌던 것 같다. 나만 해도 수상 전에 3권(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을 읽었다. ‘채식주의자’는 8년 전에 읽었다”라며 “물론 내가 서점 점원이긴 하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왕립드라마극장에서 공연한 ‘채식주의자’ 연극도 봤다. 한강의 책은 천천히 읽게 된다. 읽기에 불편한 점도 있지만 불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흰’은 마치 긴 시 같다”고 말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대형서점의 한강 책 매대. 스톡홀름=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서점 고객 시실리아 룬드바히 씨(50)는 “노벨상 중에 문학상이 가장 피부에 와닿는 상이라 스웨덴 시민들 사이에도 한강의 인지도가 높다. 수상하면 바로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도서관에 가보니 한강 책에 이미 줄이 길어서 남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스톡홀롬의 택시 운전기사 요반 작식 씨(66)도 한강을 알고 있었다. 그는 “아바, 노벨, 이브라히모비치가 스웨덴이 배출한 유명인 3인방”이라며 “나는 택시기사니까 운전하면서 라디오에서 한강의 이름을 들어봤다, 책을 읽은 적은 없지만 이름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한강의 낭독회가 열릴 예정인 왕립드라마극장을 찾았다. 조만간 극장 전면 디지털 스크린 6개에 낭독회 홍보 포스터가 올라올 예정이라고 한다. 이곳에선 지난해 가을 한강의 ‘채식주의자’ 연극을 올렸다. 지난 가을 가장 인기 있었던 연극 중 하나였다고 한다. 객석이 300~322석 가량이었고 총 17회 극을 올렸는데 절반 회차 정도는 객석이 꽉 찼다고. 극장에서 일하는 줄리아 콜레마이넌 씨(29)는 “‘채식주의자’ 책을 연극 전에 친구가 추천해줘서 읽었다. 폭력적이지만 시적으로 아름답다고 느꼈다. 연극은 원작보다 더 강렬했다. 뺨 때리는 장면에선 관객들이 놀라서 숨죽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 시청. 스톡홀름=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이날 스톡홀름 시내 곳곳은 노벨 주간 준비가 한창이었다. 스톡홀름 시청은 노벨 조명을 시범운영 중이었다. 시청에서 약 100m 떨어진 부둣가에 임시로 설치한 2층짜리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시청을 향해 색색의 조명을 쏘고 있었다. 7일부터 정식으로 노벨 조명을 틀면 한강의 대형 초상화가 시청 외벽에 뜰 예정이다.

스톡홀름 콘서트홀. 스톡홀름=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10일 시상식이 열릴 스톡홀름 콘서트홀은 노벨 옆모습 초상화와 ‘THE NOBEL PRIZE’라고 적힌 현수막 3개가 정면에 내걸려있었다. 정면 기둥 10개는 조명으로 감쌌다. 맞은편 광장엔 생화 크리스마스 리스와 축구 선수들의 등번호 유니폼, 각종 먹거리를 파는 상인들이 흥을 돋웠다. 오후 4시경 이미 해가 지고, 분무기로 가볍게 뿌리듯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거리는 크리스마스 조명과 노벨 조명으로 활기를 띠었다.

한강은 6일 오후 9시(한국 시간) 노벨 문학상 수상 후 처음으로 스웨덴 현지에게 기자회견을 가진다. 한강 작가가 이역만리 떨어진 ‘노벨의 고장’에서 계엄 후폭풍으로 혼란스러운 고국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 주목되고 있다.

#한강#노벨문학상#베스트셀러#채식주의자#스톡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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