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미국에 한미동맹이 필요한 까닭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7일 03시 00분


◇미국의 동맹전략/이만석 지음/340쪽·2만3000원·플래닛미디어


1979년 12월 12일 쿠데타가 일어난 밤, 노재현 당시 국방부 장관은 미 8군 벙커로 피신해 존 위컴 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있었다. 이날 반란군 진압에 나선 장태완 수도방위사령관이 상부에 요청한 수도기계화사단과 26보병사단은 위컴의 작전통제권 아래 있는 병력이었다. 위컴은 “아직 어둡기 때문에 진압군과 반란군 간 오인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노 장관에게 부대 이동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했다.

결정적인 순간, 미국이 반란군 진압을 만류한 이유에 대해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12일 밤과 13일 새벽 북한을 자극할 한국군 간의 충돌과, 민간 정부가 전복돼 한국의 정치적 자유가 무산되는 것 두 가지를 방지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그러나 둘 중에서도 전자를 특별히 경계했다”고 자신의 회고록에 썼다. 민주정 붕괴보다 남한 군부의 내전을 틈탄 북한군의 남침 방지에 주력한 미국의 방침이 한국 현대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 책은 육군사관학교 교수 출신으로 국제정치와 핵전략을 연구한 저자가 한미동맹의 변천사를 미국의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이 한미동맹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이해해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합리적인 한미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부자인 한국을 미국이 왜 지켜줘야 하느냐?”며 문제를 제기한 트럼프의 발언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가치를 끊임없이 재평가하며 주한미군 감축을 저울질해 왔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닉슨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결정 등에 맞서 박정희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 등으로 대응한 게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한미관계는 탈냉전 이후 더욱 공고해졌다. 한미동맹에서 한국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며 위험을 분담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입장에서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저자는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 한미동맹이 필요하고, 한국은 영토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한미동맹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트럼프 2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썼다.

#한미동맹#한국 현대사#미국 대사#트럼프 행정부#정치전략#한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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