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등으로 출산하는 ‘피파개구리’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7일 03시 00분


◇왠지 익숙한 나를 닮은 동물 사전/요안나 바그니에프스카 지음·김은영 옮김/340쪽·2만3000원·윌북


지난여름 주말 한강공원을 걷는데, 알파카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을 봤다. ‘잘못 봤나?’ ‘어디서 영화를 찍나?’ 하고 다시 봤는데, 진짜 평범한 한 남성이 알파카와 함께 산책하고 있었다. ‘참 특이한 사람이네’ 하고 지나갔는데, 그다음 주는 미어캣 두 마리에 목줄을 채우고 산책하는 사람을 봤다. 그런데… 소설을 쓴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다음 주는 수컷 공작새와 함께 한강공원에 온 사람을 봤다. 아니 이게 무슨 에디 레드메인 주연의 ‘신기한 동물 사전’도 아니고….

저자는 아마 이런 유형의 사람 중 ‘끝판왕’이 아닐까. 안테키누스, 로빙코럴그루퍼, 피파개구리, 뱀파이어 핀치 등 백과사전도 아니고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동물에 관한 책을 쓰다니 말이다.

이 책은 동물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저자가 쓴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기한’ 동물과 곤충 100종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아는 동물도 ‘조금’ 나오기는 하지만 생전 처음 듣는 내용이 대부분. 오리의 한 종류인 머스코비 오리가 20cm의 생식기를 초속 1.6m로 활용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등으로 출산하는 피파개구리(축구와는 관계없음), 전 세계에 5마리만 남아있다가 250마리까지 늘어난 채텀섬블랙로빈(조류), 거미줄 대신 자기 몸의 50배 높이를 뛰어다니며 사냥하는 깡충거미 등등 읽다 보면 이런 동물도 다 있나 하는 생각에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닿게 된다.

제목만 보고 ‘우리 아이에게 사줘야지’ 하고 생각한다면 오산. 옆에서 읽어주는 듯한 저자의 글솜씨와 영국 예술대학 출신 과학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의 삽화 덕분에 어린이용 도서 같지만, 내용은 상당히 전문적이다. 저자는 한 명이라도 더 동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수많은 동물 중 특별히 신기하고 재미있는 동물 이야기를 썼다고 말한다. 읽다 보면 지구라는 별은 우리만이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사는 곳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준다. 원제 ‘The Modern Bestiary’.

#신기한 동물#동물학자#과학 커뮤니케이터#머스코비 오리#피파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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