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혼외 출산에 부정적
태어나자마자 가족 잃는 아이들
영아 유기의 원인-해결책 제시
◇이것은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다/권희정 지음/208쪽·1만7000원·날
최근 배우 정우성의 자녀 소식이 단체 대화방을 온통 떠들썩하게 달궜다. 혹자는 ‘더 무책임한’ 한쪽을 골라 비난했고, 혹자는 아이를 동정했다.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겠지만 이번 일을 통해 혼외 출생자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높아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책은 공론의 장에 좀처럼 나오지 않았던 혼외 출생과 영아 유기의 현실을 직시한다. 그 원인과 해결책도 저자의 시각에서 제시한다. 아동 방임과 입양, 닫힌 사회에서 벌어지기 쉬운 영아 살해와 유기를 열쇠말로 총 4장에 걸쳐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우리나라의 2022년 혼외 출생률은 3.9%로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42%)의 10분의 1 수준이다. 혼외 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원인을 저자는 “결혼제도 밖의 임신 및 출산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찾는다. 혼외 출생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각이 아직은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책은 아이들의 입양, 유기 등의 사회적 문제도 조목조목 짚는다. 1970, 80년대 횡행한 이른바 ‘아기 수출’의 어두운 면도 살핀다. 또한 ‘보호출산제’에 대해선 위기 임산부에게 양육보다는 합법적 유기를 장려할 수 있다며 저자는 우려를 표시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복이다. “원가족과 살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아동의 고유한 권리”라는 대목은 많이 공감이 간다. 한 살에 미국으로 입양돼 10년 만에 불법체류자가 된 김모 씨, 자립이 요원한 ‘보호 종료 청년’ 등 태어나자마자 원가족을 잃은 이들의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담았다.
얇은 책이지만 아동 문제와 관련된 국내외 사례와 쟁점을 알차게 담아냈다. 코끼리, 원숭이 등 일부 동물이 열악한 양육 여건에서 새끼를 유기하는 사실까지 폭넓게 짚는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면서도 출생한 아이들조차 잘 키우지 못하는 사회의 문제는 심각하다. “태어난 아이들이 잘 살아야 태어날 아이들도 잘 산다”는 저자의 주장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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