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2024년의 계엄, 큰 충격…사람들의 진심과 용기 느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6일 21시 11분


우리나라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스웨덴 한림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6 (스톡홀름(스웨덴)=뉴스1)
우리나라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스웨덴 한림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6 (스톡홀름(스웨덴)=뉴스1)
노벨 문학상 수상을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을 찾은 한강(51)은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그날 밤에 아마 모두들 그러셨을 것처럼 저도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민 수천 명이 무장한 계엄군과 맞선 데 대해선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던 순간”이라고 했다.

한강은 6일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서 79년 말부터 진행됐던 계엄 상황에 대해 공부했었는데,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한강의 대표작인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광주 민주화운동은 1979~1981년 비상계엄 시기의 한복판에 있었다. 비상계엄은 박정희 유신정권 말기인 1979년 10월 부마항쟁 당시 부산 지역에 9일간, 10·26사건 다음날인 1979년 10월 27일부터 1981년 1월 24일까지 439일간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시행됐다. 이후 윤 대통령은 45년 만에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이어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4일 새벽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스톡홀름=AP/뉴시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수상자만을 위한 특별한 방명록인 박물관 레스토랑 의자에 서명을 남기고 있다. 2024.12.06.
[스톡홀름=AP/뉴시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수상자만을 위한 특별한 방명록인 박물관 레스토랑 의자에 서명을 남기고 있다. 2024.12.06.
한강은 “2024년 겨울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다 생중계가 되어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했다. 한강은 “저도 그 모습들을 지켜보았다.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멈추려고 애를 쓰셨던 분들도 보았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려고 하는 모습들도 보았고,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군인들이 물러갈 때는 ‘잘 가라’고 마치 아들들한테 하듯 소리치는 모습도 보았다”며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던 순간”이라고 했다.

한강은 “젊은 경찰분들, 젊은 군인분들의 태도도 인상깊었다”며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명령을 내린 사람 입장에선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 가치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며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다.

(스톡홀름(스웨덴)=뉴스1) 우리나라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스웨덴 한림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6/뉴스1
(스톡홀름(스웨덴)=뉴스1) 우리나라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스웨덴 한림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6/뉴스1
한강은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 소설 ‘채식주의자’가 10대에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 데 대해 “스페인어로 채식주의자를 번역하신 선생님과 산티아고에 가서 학생들이 토론하고 시상식하고 자신의 의견 발표하는 과정에 참여했었다. 굉장히 학생들이 깊게 생각하고 소설을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더라. 그때 저도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을 생각해 봤는데, 문화 차이도 있고 중고생들이 한국에서 그렇게 하긴 어렵겠다는 개인적 생각을 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강은 “채식주의자가 지금 받는 어떤 오해들에 대해 잠깐 지루하실 수도 있겠지만 잠깐 해명하고 싶은데 허락해 주신다면 채식주의자는 질문으로 가득한 소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를 굉장히 고통스럽게 공감하면서 읽어주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오해도 많이 받고 있는데, 그게 그냥 이 책의 운명이라는 생각”이라며 “그렇긴 하지만 이 소설에 유해 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하는 일이 책을 쓴 사람으로선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스톡홈름(스웨덴)=뉴스1) 우리나라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스웨덴 한림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6/뉴스1
(스톡홈름(스웨덴)=뉴스1) 우리나라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스웨덴 한림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6/뉴스1
한강은 문학의 역할에 대해 “문학이란 것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에 들어가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어가는 행위”라며 “그런 행위들을 반복하면 내적인 힘이 생긴다. 어떤 갑작스런 상황이 왔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최선을 다해 결정하기 위해 애쓸 수 있는 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어떤 여분의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냐’는 물음에 한강은 “이 상은 문학에게 주는 것”이라며 “처음에는 저에게 쏟아지는 개인적 관심에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한 달 넘게 생각을 해보니 이 상은 문학에게 주는 것이고, 문학에게 주는 상을 제가 이번에 받았구나 생각했다. 그러니까 좀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한강은 이어 “나는 계속 쓰려고 노력할 것이다. 부담 없이”라며 “나는 다시 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벨 주간(Nobel Week)에는 할 게 너무 많다”며 “오늘이 가장 어려운 날이다. 오늘이 끝나면 좀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10월 10일 한강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벨상 시상식은 오는 10일 열릴 예정이다. 한강은 시상식 전후로 진행되는 노벨 주간에 강연, 리셉션, 다문화학교 방문 등 공식 일정 7개와 비공개 행사 5개에 참석할 계획이다. 한강 등 노벨상의 수상자들에 대한 의전은 VIP급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한강#노벨 문학상#비상계엄#스톡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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