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루틴은…” 한강, 노벨박물관에 ‘작은 찻잔’ 기증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6일 22시 12분


[스톡홀름=AP/뉴시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소장품으로 찻잔을 기증하고 있다.  2024.12.06.
[스톡홀름=AP/뉴시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소장품으로 찻잔을 기증하고 있다. 2024.12.06.
노벨 문학상 수상을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을 찾은 한강(51)이 6일(현지시간)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집필할 당시의 일상이 담긴 ‘작은 찻잔’을 노벨박물관에 기증했다. 한강은 함께 전달한 메모에서 “하루에 예닐곱 번, 이 작은 잔의 푸르스름한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당시 내 생활의 중심이었다”고 밝혔다.

한강은 6일 노벨박물관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소장품 기증 행사에서 옥색 빛이 도는 찻잔을 기증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전통에 따라 자신의 소장품을 박물관에 기증하게 되는데, 한강은 찻잔을 선택한 것이다.

한강은 찻잔과 함께 준비한 메모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는 동안 몇 개의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며 세 가지를 소개했다. 한강이 소개한 세 가지 루틴은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가장 맑은 정신으로 전날까지 쓴 소설의 다음을 이어 쓰기 △당시 살던 집 근처의 천변을 하루 한번 이상 걷기 △보통 녹차 잎을 우리는 찻 주전자에 홍차 잎을 넣어 우린 다음 책상으로 돌아갈 때마다 한 잔씩만 마시기다. 한강은 “그렇게 하루에 예닐곱 번, 이 작은 잔의 푸르스름한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당시 내 생활의 중심이었다”고 밝혔다.

한강은 수상 소식을 들을 당시에도 아들과 차를 마시며 수상을 축하했다. 한강은 스웨덴 공영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수상 소식에 대해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마친 직후였다. 장난 전화인 줄 알았는데, 결국 진짜인 걸 알았다”며 “아들과 함께 캐모마일 차를 마시며 수상을 축하했다”고 전했다.

[스톡홀름=AP/뉴시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06.
[스톡홀름=AP/뉴시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06.
한강은 6일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찻잔을 기증한 이유에 대해 “(찻잔은) 굉장히 친밀한 사물”이라며 “거창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제 루틴을 보여주는 아주 소중한 것을 기증하는 게 좋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런 게 좋아서다. 단순하고 조용하게 한마디를 건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이어 “이게 아주 조그만 찻잔”이라며 “하루에 몇 번씩 책상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마다 그 잔만큼은 홍차를 마셨다. 그 찻잔이 뭔가 계속 저를 책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주문 같은 것이어서 글쓰기의 아주 친밀한 부분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 기증했다”고 했다.

한강은 그러면서 “올해 작가로 활동한지 31년이 되는 겨울”이라며 “사실 메모에 쓴 것처럼 항상 루틴을 지키면서 살았다고 하면 큰 거짓말이고, 대부분은 방황하고 소설이 잘 안 풀려 덮어놓고 걷고 이런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 그 찻잔을 사용할 때는 열심히 했다. 가장 열심히 했던 때의 저의 사물을 기증했던 것”이라고 했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10월 10일 한강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벨상 시상식은 오는 10일 열릴 예정이다. 수상을 위해 스웨덴을 찾은 한강은 시상식 전후로 진행되는 ‘노벨 위크(Nobel Week)’ 기간에 강연, 리셉션, 다문화학교 방문 등 공식 일정 7개와 비공개 행사 5개에 참석할 계획이다. 한강 등 노벨상의 수상자들에 대한 의전은 VIP급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한강이 작은 찻잔을 노벨박물관에 기증하면서 함께 전달한 메모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는 동안 몇 개의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늘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1.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가장 맑은 정신으로 전날까지 쓴 소설의 다음을 이어 쓰기.
2. 당시 살던 집 근처의 천변을 하루 한번 이상 걷기
3. 보통 녹차 잎을 우리는 찻 주전자에 홍차 잎을 넣어 우린 다음 책상으로 돌아갈 때마다 한 잔씩만 마시기.

그렇게 하루에 예닐곱 번, 이 작은 잔의 푸르스름한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당시 내 생활의 중심이었다.


#한강#노벨 문학상#작은 찻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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