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현장] 스톡홀름 콘서트홀서 시상식, 시청사에서 만찬·무도회
“바쁘다 바빠” 막바지 준비 분주…현존 최고의 행사에 전세계가 집중
제124회 노벨상 시상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상식이 열리는 스톡홀름 콘서트홀과 만찬 및 무도회가 열리는 스톡홀름 시청사에서는 막바지 행사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54)는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스톡홀름 콘서트홀에 서게 된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상을 받았다.
9일 노벨재단에 따르면 노벨상 시상식은 10일 오후 4시(현지시각, 한국시각 10일 밤 12시)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시간 20분 내외로 진행될 시상식은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왕비 등 왕실 가족이 입장하는 것으로 막을 올린다.
왕가 입장의 하이라이트는 실비아 왕비의 ‘드레스’다. 겨울이 긴 스웨덴에서는 크리스마스와 함께 노벨상 시상식이 연중 가장 큰 행사이자 관심사인데, 연미복을 입어야 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드레스를 입기 때문에 왕비의 옷에 기대가 쏠린다고 한다.
무대를 바라보고 오른쪽에 왕과 왕비 등이 앉으면 이내 올해 노벨상 수상자와 각 노벨위원회 위원들이 무대 뒤편 양쪽에서 함께 입장한다. 이들은 무대 정중앙에 놓인 알프레드 노벨 동상 앞을 지나는 데, 지난 6일 만난 콘서트홀 관계자인 캐롤라인은 “동상이 있고 그 앞을 지나는 것은 노벨의 정신을 되새기고 계속해서 함께 한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수상자들이 입장할 때는 왕과 왕비 등 콘서트홀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일어난다. 수상자에게 보내는 최고의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이다.
수상자 등 모든 사람이 착석하면 노벨재단 관계자가 행사의 시작을 알리고, 이어서 구스타프 국왕이 한 작가 등 5개 분야 수상자에게 노벨상 증서와 메달을 수여한다. 수상자가 상을 받을 때 역시 모든 사람이 일어나 축하와 경의를 표한다.
한국어로 소개될 한 작가는 물리학상과 화학상, 생리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상을 받을 예정이다.
시상식에서는 수상자들이 수상 소감을 따로 밝히지 않는다. 앞서 연설을 대신하는 수상자 강연이 있었던데다, 시상식 직후 진행되는 만찬에서 3분 내외의 짧은 소감을 밝히기 때문이다.
시상식이 열리는 동안 주의 깊게 보면 좋을 것이 무대를 장식하는 ‘꽃장식’이다. 매년 다른 주제로 시상식장과 만찬장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이 꽃들은 이탈리아 북서부 산레모(San Remo)가 산지이다. 산레모는 노벨이 말년을 보내다 사망한 곳으로, 이것이 인연이 되어 100년 이상 꽃을 보내오고 있다.
듣는 즐거움도 있다. 시상식은 각 선정위원회가 수상자들을 소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발언이 없다. 대신 무대 뒤 2층에는 스톡홀름 왕립 필하모닉이 자리해 최고의 음악을 정성스럽게 연주해 시상식장을 꽉 채운다.
시상식의 ‘드레스 코드’는 엄격하다. 시상식과 만찬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은 남성은 연미복, 여성은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 또 훈장이 있는 경우 이를 연미복에 착용해야 한다. 수상자들은 이 외에 자국의 전통의상을 입을 수 있다.
시상식이 끝나면 차로 5분~10분 거리에 있는 시청사로 이동한다. 왕과 왕비, 수상자 등 약 1300명이 청사 내 블루홀에서 오후 7시부터 만찬을 시작한다.
홀 가운데 왕과 왕비, 수상자들이 앉는 헤드테이블이 있고, 이를 기준으로 양옆에 테이블이 90도 방향으로 설치된다. 앉는 순서는 ‘여성-남성-여성’ 순이다.
가장 큰 관심은 한 작가가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 옆자리에 앉을지 여부다. 한 작가가 수상자 중 유일한 여성이기 때문에 구스타프 국왕 왼쪽 자리에 앉을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한 작가가 구스타프 국왕 옆에 앉게 된다면 ‘남자가 왼쪽 여자를 케어해야 한다’는 만찬 에티켓에 따라 국왕과 많은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만찬은 클래식 음악과 수상자 연설 등을 포함해 4~5시간 정도, 현지 시각 자정쯤 끝날 것으로 보인다.
만찬이 끝나면 바로 옆 ‘골든홀’로 이동해 무도회에 참석한다. 과거에는 만찬 왼쪽에 앉은 여성과 첫 곡은 춤을 추는 것이 관례였지만, 지금은 사라졌다고 한다.
노벨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노벨상 시상식과 만찬은 서양 사교계에 유일하게 남은 최상위 행사라고 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가문의 영광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시상식과 만찬에 참석하는 것은 초청 대상 외에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초청 대상에는 수상자가 초대할 수 있는 지인 최대 14명, 수상자 나라의 스웨덴 주재 대사 부부, 노벨재단에 유·무형적으로 기여한 사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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