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연주와 학업을 병행하느라 복잡하고 바쁘게 살았죠. 이제는 연주에 몰두할 수 있고 하고 싶은 프로젝트만 할 수 있으니 지금 더 연주를 즐기는 것 같아요.”
사라 장이 내년 데뷔 35주년을 앞두고 내한해 13개 도시에서 리사이틀 투어를 돈다. 이번 투어에서는 브람스와 프로코피예프의 작품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꾸렸다.
9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라 장은 “한 작곡가만 고르라고 하면 브람스를 택할 정도로 그의 곡을 사랑한다”며 “매우 로맨틱하면서도 일정한 형식 속에서도 연주자에게 자유로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어는 줄리어드 동문인 훌리오 엘리잘데와 함께한다. 엘리잘데는 “보통의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피아노보다 바이올린이 더 드러나는 연주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는 바이올리니스트가 피아니스트를 신뢰해 대등한 위치로 연주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리사이틀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사라 장은 1990년 아홉 살의 나이에 거장 주빈 메타와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세계 무대에 데뷔한 ‘신동의 아이콘’이다. 이듬해 EMI 레이블과 계약해 세계 최연소 레코딩 기록을 세웠고, 1994년에는 14세의 나이로 베를린 필하모닉에 데뷔했다.
30년이 넘게 클래식 업계에서 활동하면서 세계 속에서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물어보는 친구도 많았는데, 이제는 K-팝, K-드라마, K-푸드 등이 굉장히 유명한 국제적인 나라가 됐다”며 “특히 피아노,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어린 한국 학생들을 많이 보는데, 한국계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라 장은 “어릴 때 정경화 선생님이 저에게 조언과 도움을 많이 주셨다”며 “클래식 업계가 좁은 만큼 한국 음악가들이 뭉쳐서 세계가 집중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청중들의 특징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령대’를 꼽았다. 그는 “몇 십 년 동안 클래식 음악을 지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주 어린 아이들도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고 공연장에 온다”며 “따뜻한 환호에 감사하고, 어느 곳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나라라는 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번 투어에서도 거장 아이작 스턴이 쓰던 1717년 제작 ‘과르네리 엘 제수’로 연주한다. 사라 장은 “손이 작은 편인데 지금 쓰는 악기가 과르네리 중에서도 크기가 작은 편이라 저에게 잘 어울린다”며 “악기가 같아도 활이 다르면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활도 네 개를 가지고 왔다”고 설명했다.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가 최근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일정 부분 가라앉은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어떤 개인사가 있든 무대에 서서 연주를 하면 음악 앞에서 단순하고 순수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어는 성남, 울산, 고양, 익산, 청주, 인천, 대구, 경주, 평택, 부산, 광주, 강릉을 거쳐 오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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