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 주간 행사를 치르고 있는 한강이 8일(현지시간)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이 생전 살던 집을 찾았다. 린드그렌은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 등을 남긴 세계적인 작가다. 한강은 앞서 6일 기자회견에서 “오늘 이후로 스톡홀름을 더 즐기고 싶다”며 린드그렌의 아파트와 스웨덴 국립도서관을 가 보고 싶은 곳으로 꼽았다.
노벨 재단은 이날 한강이 린드그렌의 집을 방문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한강은 린드그렌의 집에 걸린 액자 속 스케치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스톡홀름 달라가탄 지역에 있는 린드그렌의 집은 그가 1941년부터 200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60년 넘게 살며 ‘말괄량이 삐삐’를 비롯해 수많은 대표작을 썼던 곳이다. 아파트는 린드그렌이 살던 때의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강이 매일 두세 개씩 공식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이곳을 찾은 건 그가 어린 시절 린드그렌의 작품에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강은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직후 스웨덴 한림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좋아했다고 밝혔다. 린드그렌은 스웨덴 아동 체벌 금지법 제정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추모상도 제정됐다. 한강은 린드그렌의 증손자인 요한 팔름베리도 만났다고 한다.
9일 오후 찾은 린드그렌의 집은 가이드투어가 예정돼 있지 않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의 집에서 바라다보이는 바사파르켄 공원은 스톡홀름에서 가장 큰 공원 중 한 곳이다. 공원에 맞닿은 한 어린이집에선 스키복과 털모자로 중무장한 어린이 스무 명이 흙장난을 하며 야외수업을 받고 있었다. 공원 중심부엔 대형 아이스링크가 조성돼있고 젊은 아빠, 엄마가 유모차를 끌며 공원을 산책했다. 한 시민은 “린드그렌이 창밖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동화책을 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강은 노벨 주간의 하이라이트인 시상식(10일)을 하루 앞둔 9일에는 일정을 최소화했다. 원래 방문 예정이었던 국립도서관 방문을 취소했고, 노벨상 수상자들을 위해 마련된 리셉션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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