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비디오테이프 이용한 비올라 작품들 한국 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1일 11시 42분


빌 비올라 개인전 ‘Moving stillness’

빌 비올라의 ‘반사하는 연못’ 사진 뉴시스

20세기부터 영상 매체를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변형한 예술 작품을 선보였던 빌 비올라(1951~2024)의 작품들이 한국을 찾았다. 3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1, K3에서 개막한 빌 비올라 개인전 ‘Moving Stillness’는 7월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전시다. 비올라가 1970년대 비디오테이프를 이용해 만든 작품을 포함해 총 7점을 만날 수 있다.

K1 전시장 로비에 가면 비올라가 대학을 졸업하고 만든 작품 ‘정보’(Information)가 보인다. 이 작품은 비디오가 망가졌을 때 등장하는 일그러진 화면을 추상화처럼 일부러 만들어내 하나의 영상으로 구성했다. 백남준이 자석을 이용해 텔레비전 화면을 일그러뜨린 것과 비슷하다. 영상 매체가 너무나 친숙해진 지금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이지만, 이 작품은 1973년에 제작됐다.

빌 비올라의 ‘정보’(Information) 스틸. 국제갤러리 제공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야 하는 영상을 멈추고 늘어뜨리는 등의 방식을 이용해 작가는 시간과 인식의 의미를 돌아본다. K1 전시장 2층의 ‘반사하는 연못’(The Reflecting Pool, 1977-9/1997)은 이런 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비올라의 초기 작품이다. 이 영상은 비올라가 6살 때 물에 빠져 익사할 뻔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우선 영상에서는 한 남자(비올라)가 숲에서 등장해 연못으로 걸어가 점프한다. 남자는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멈추고, 아래의 연못에는 파동이 인다. 공중의 남자는 서서히 사라지고 7분 뒤 물에 젖은 비올라가 나타나 걸어서 숲으로 사라진다. 즉 남자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장면만 삭제된 형태다.

빌 비올라의 ‘반사하는 연못’ 사진 뉴시스
비올라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물에 빠졌을 때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빠진 즉시 완전히 바닥으로 가라앉았고, 무중력 상태에서 평생 잊지 못할 시각적인 경험을 했다. 푸른색, 빛, 그리고 꿈을 꾸는 것 같았고 너무나 아름다워서 내가 천국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삼촌이 나를 물에서 꺼내주었다.”

영상에서 남자가 허공에 멈춰있는 장면은 이때의 초현실적인 경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전시에서는 이 밖에 비올라가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작품 ‘인터벌’(Interval)과 수조를 전시장에 가져다 놓고 흔들리는 이미지를 표현한 ‘정지 속의 움직임: 레이니어산 1979’(Moving Stillness: Mount Rainier 1979)도 감상할 수 있다. 후기 비올라의 작품은 종교적인 내용을 담거나, 극적인 요소가 두드러지는데 이번 전시는 초기의 실험적인 형태가 주를 이룬다. 전시는 내년 1월 26일까지.

빌 비올라의 ‘정지 속의 움직임: 레이니어산 1979’ 국제갤러리 제공

#빌 비올라#Moving Stillness#개인전#반사하는 연못#영상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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