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글을 쓰고 읽고 듣는 과정, 우리의 희망을 증거하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2일 16시 05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스웨덴어판 출판사인 ‘나투르 오크 쿨투르’에서 열린 한국 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2.11 뉴스1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를 기울여서 듣는 과정 자체가 결국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11일(현지 시간) 스웨덴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국내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소설가 한강(54)은 글쓰기에서 믿음과 희망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글을 쓰려면 최소한의 믿음은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어가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다”면서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작은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이해하는 진입로가 되기를 바란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나서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늘 있었다. 그렇게 말씀드렸던 이유는 이 소설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고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며 “(분량이) 얇으니까 광주를 이해하는 데 진입로 같은 것이 돼주지 않을까하는 바람도 있었다”고 했다.

다만 한강은 최근 한국의 비상계엄 후 혼란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5일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까지 뉴스로 상황을 접했는데 여기 도착한 뒤로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말을 해야하는 지 파악이 잘 안된 상태여서 돌아가서 업데이트를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앞서 한강은 6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선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강 책을 읽는 순서’를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한강은 “한국 독자에게는 처음이 ‘소년이 온다’이면 좋을 것 같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린이 테마파크 ‘유니바켄’을 찾은 일도 들려줬다. “(스웨덴 체류 중)딱 세 시간 정도 자유 시간이 있었는데, 그곳을 추천받아 갔어요. 그 얘기를 유니바켄 측에서 들으셨는지 저에게 평생 무료 이용권을 주셨어요.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인 선물이었어요.”

한강은 12일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낭독회로 노벨상 공식 일정을 마친다. “이제 저는 일상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열심히 신작을 쓰겠습니다.”

#한강#노벨문학상#기자 간담회#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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