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원 사이트에서 ‘역주행’하는 옛 케이팝 곡들이다. 몸을 들썩이게 하는 신나는 멜로디에 입에 착 달라붙는 가사로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운 히트곡이라 언제나 들어도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발표된 지 10년 이상 지난 곡이 왜 지금 다시 뜨고 있는 걸까.
가요계에선 12·3 불법 비상계엄 규탄 집회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회에 20, 30대가 다수 참여하면서 국회 앞에서 누구나 알 만한 케이팝을 따라 부르며 옛 히트곡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2일 음원 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을 기점으로 일주일(12월 3∼9일)간 ‘다시 만난 세계’ 청취자 수는 직전 일주일(11월 26∼12월 2일)보다 23% 증가했다. 멜론에서 올 10월 발매된 에스파의 ‘위플래시’, 올 3월 발표된 데이식스의 ‘해피’도 각각 3, 7위로 상위권에 각각 올라 있는데 집회에서 인기를 끄는 곡들이다. 또 이 음악들은 유튜브에 올라온 이른바 ‘탄핵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돼 중년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케이팝 히트곡들이 집회 참가자들의 연령 확대에 힘입어 ‘광장’에서도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다시 만난 세계’는 20대 여성이 주도한 2016년 ‘이화여대 사태’에 이어 2024년 집회 현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케이팝과 콘서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여성들이 다수 집회에 참여하며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집회 현장엔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APT.)’처럼 최근 뜬 케이팝도 재생된다. 참가자 중엔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응원봉을 들고 나와 ‘환호’가 아닌 ‘구호’를 외치는 이들도 있다. 영국 BBC는 “(집회) 주최 측이 케이팝을 틀자 군중이 춤추고 노래하며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흔들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응원봉과 LED 촛불을 흔들어 댄스 파티를 연상케 했다”며 케이팝과 접목된 한국의 집회 현장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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