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지금과는 달랐던 ‘노블레스 오블리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4일 03시 00분


◇귀족 시대/임승휘 지음/296쪽·1만9800원·타인의사유


중세 유럽의 ‘귀족’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불의를 참지 않고, 여성과 어린이 등 약자를 먼저 생각하며,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멋진 사나이들. 만화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부터 신데렐라, 겨울왕국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만화, 소설, 영화에서 금발의 훈남으로 그리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귀족’ 하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저자는 오늘날 높은 위치에 따른 사회적 책임이나 의무를 지칭하는, 좋은 의미로 사용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원래는 좋고 나쁨을 떠나 동료 귀족들이 그렇게 하니까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따라 하는 태도였다고 말한다. 전장에서 용감하게 싸울 것, 두려워도 결투에 나설 것 등도 있지만 반대로 돈이 없어도 최신 유행복을 입어야 하고, 정기적인 연회를 개최하는 것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한 프랑스 하급 귀족의 경우 신분에 걸맞은 고급 주택을 사고,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 자신의 관대함을 표현하기 위해 가난한 자들에게 베푸는 자선, 교회를 위한 헌금, 문화생활 등으로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영화 ‘킹스맨’ 대사로 유명해진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도 영국 귀족들의 생활 태도에서 유래된 말이다. 안주인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앉지 말 것, 의자 뒤에 서서 의자 오른쪽으로 이동해 왼쪽부터 앉을 것, 공식 만찬에서는 기혼 여성만이 티아라를 착용할 수 있으니 이를 보고 기혼과 미혼을 구별할 것 등등 공식, 비공식적으로 모든 사회적 작용을 통제하기 위해 복잡한 규칙과 태도(매너)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평민과 구별했는데 만약 지키지 않으면, 그 대가는 부모의 매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은 진짜였다.

#귀족#노블레스 오블리주#중세 유럽#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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