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와의 싸움을 중지하고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지난날 다른 남성에 의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마음의 자유를 잃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그에 의해 마음의 자유를 잃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나 이제나 나는 바보였다. 그때 굴복했더라면 그것은 신조의 과오였으리라. 그리고 이제 굴복한다면 판단의 과오가 될 것이었다.’
샬럿 브론테의 로맨스 고전 ‘제인 에어’(1847년)에서 주인공 제인 에어가 성직자 존 세인트 리버스의 청혼을 접하고 번민하는 구절이다. 그녀는 결국 리버스의 청혼을 거절하고, 자신이 떠나온 자산가 에드워드 로체스터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주목할 건 로체스터가 시각 장애인이 되는 등 철저히 무너지고 나서야 제인 에어가 그를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로체스터가 제인 에어에게 순응하는 순간, 그녀의 사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여성 차별이 극심했던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발표된 파격적 서사에 유종호 문학평론가는 “여성주의 혁명 소설”이라고 평했다.
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저자는 신간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여성 27명의 삶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살핀다. 제인 에어 같은 소설 속 주인공부터 마리 퀴리 등 과학자까지 다양한 여성들을 망라했다. 특히 소설가 브론테가 그린 제인 에어는 기구한 여성이라기보다 자기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한 여성이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로체스터의 전 부인인 메이슨은 단순한 사랑의 장애물이 아닌, 제국주의와 남성주의의 피해자로 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시각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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