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유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중 그림을 그린 도자기인 ‘도화’(陶畵) 12점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도화’는 1970~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도자기 그림으로, 조선시대 도화서의 화원들이 왕실 도자기에 그렸던 전통적인 그림 방식을 20세기에 재해석한 것이다. 내년 5월 6일까지 열리는 ‘한국 현대 도자공예: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전은 이건희 컬렉션 도화 시리즈를 비롯해 1950년대 이후 현대 도자 공예의 흐름을 200여 점 작품을 통해 조명한다.
1부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도화’ 시리즈는 도예가 안동오(1919~1989)가 만든 백자 위에 장우성(1912~2005), 서세옥(1919~2020), 김기창(1913~2001) 등 유명 한국 화가들이 청색 물감으로 그렸다. 김기창이 그린 ‘백자청화기우’에는 소년을 태운 소가 힘차게 걸어가는 모습이, 장우성이 그린 ‘백자청화시비파문육각화분’에는 전통적 문인화 소재인 비파나무가 묘사됐다.
이 시기는 일제강점기 이전 한국 도자 전통에 대한 관심도 다시 환기되었던 때로, 김익영, 윤광조, 조정현은 백차, 분청사기, 옹기 양식을 통해 ‘전통의 현대화’를 시도했다. 또 산업화,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국가 재건’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축물 외벽에 도자기가 사용되기도 했다. 김수근이 만든 ‘세운상가’(1967) 외벽에 도자기 그림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전시는 연대기 순으로 구성된다. 1부보다 앞선 ‘프롤로그’ 전시장은 1950년대 한국 현대 도자공예의 출발을 조명한다. 국립박물관(현 국립중앙박물관) 부설 기관으로 설립된 한국조형문화연구소가 설립한 ‘성북동 가마’와 조각가 윤효중(1917~1967)이 세운 한국미술품연구소가 운영한 ‘대방동 가마’에서 제작된 조선백자와 고려청자 등이 공개된다.
2부 ‘예술로서의 도자’는 1980~1990년대 국제 예술 양식을 적극 수용해서 전개된 도자 공예를, 3부 ‘움직이는 전통’은 21세기 이후 현대 도자공예가 추구하는 다양성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대형 도자 설치 작품은 물론 여성 도예 그룹 ‘흙의 시나위’ 창립 멤버로 활동한 한애규의 작품, 또 1997년 외환 위기 전후 도자 수요가 증가하며 등장한 광주요와 이도를 설립한 이윤신의 작업을 통해 생활 도자 정착 과정을 볼 수 있다. 3부에서는 국제 공예 비엔날레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 또 팬데믹 이후 ‘K-공예’를 이끄는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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