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387개 도서관 조성… “12월엔 책 읽어주는 산타버스 출동”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9일 03시 00분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김수연 대표
올 한 해에만 완도-평창 등 9곳… ‘책읽는 버스’로 직접 찾아가기도
“책 읽고 습득하고 적용하면, 마치 살아본 삶을 살 듯 지혜 생겨”

전국 각지에 도서관 387곳을 조성해 온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김수연 대표는 독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독서는 지혜와 여유를 줌으로써 행복에 이르게 한다”고 말했다. 안성=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책 읽는 산타 버스예요. 어서오세요. 저는 책 할아버지예요.”

16일 오전 11시 경기 안성시 동신초등학교. 학교 운동장 옆 주차장에 세워진 ‘책 읽는 버스’로 4학년 학생들 10여 명이 달려왔다. 45인승 버스를 개조한 이 이동형 도서관에는 1000여 권의 책들이 빼곡히 차 있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김수연 대표(78). 김 대표는 1987년 도서관 만들기 운동을 시작해 올해까지 전국의 문화 소외지역에 387개 도서관을 조성했다. 올 한 해에만 전남 완도군, 강원 평창군 등 9곳에 새 도서관을 짓거나 기존 노후 도서관을 리모델링했다. 2005년부터는 도서관이 없는 농어촌 마을에 이동형 도서관으로 개조한 ‘책 읽는 버스’를 타고 직접 찾아갔다. 마라도, 연평도 등을 포함해 연평균 책 읽는 버스 출동 건수만 144회에 달한다. 문화시설이 부족한 곳에 도서관을 짓거나 이동도서관을 운행한 지 벌써 37년이 된 것.

그런 ‘책 읽는 버스’는 12월이면 ‘산타 버스’로 진화한다. 운전석에 산타 복장을 전시해두고 창가와 천장 곳곳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았다. 뒷자리엔 선물상자도 뒀다. 김 대표는 ‘책 할아버지’로 변신해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준다. 이날 그는 아이들에게 읽어줄 그림책 ‘책벌레 링컨이 대통령이 되었어요!’(생명의말씀사)와 1996년 노벨상을 받은 피터 도허티 호주 멜버른대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손에 들고 있었다.

손에 책을 쥐기보다 스마트폰이 익숙한 요즘 아이들. 김 대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독서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우리가 아는 길을 가면 무섭지도 않고 두렵지도 않잖아. 근데 모르는 길을 가면 어때? 긴장되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마찬가지로 책을 읽으면 내가 인생을 살아본 것 같은 생각으로 여유를 갖고 살 수 있어. 여유를 가지고 사는 게 행복이거든. 그래서 책을 봐야 해.”

아이들을 위한 독서 운동에 투신한 것은 사연이 있다. 그의 둘째 아들은 만 6세 때 사고로 세상을 먼저 떴다. “아들이 책을 좋아했는데 아직 책 읽을 나이가 안 됐다고 봐서 ‘학교 들어가면 잔뜩 사주겠다’고 미뤘었다. 그게 평생 한이 된다. 이렇게 아이들을 만나러 올 때면 그 속에서 아들을 본다.” 그는 이후 목사가 됐고, 독서 운동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책 속에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와 지혜, 기술이 들어 있다”며 “책을 읽고 습득하고 내 삶에 적용하면 지혜와 여유가 생기고, 여유는 행복을 만들어 주니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김 대표는 탈무드, 명심보감, 논어, 도덕경을 손바닥 크기 포켓북으로 제작해 주요 행사마다 들고 다니며 나눠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휴대하기 좋은 책을 들고 다니며 독서 습관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대인 가정에선 잠들기 전 ‘10분 독서’를 철칙으로 여깁니다. 유대인이 전 세계 인구의 약 0.2%밖에 안 되는데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결국 어릴 때부터 익힌 독서의 힘이 아닐까요.”

#작은도서관#독서운동#산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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