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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산현대미술관 최대 흥행 이끈 ‘문제적 남자’ 최상호 학예연구사
‘민원’보다 ‘반응’
“정보 가리자 관객들이 각자 답… 정보 공개전과 후, 감상평 비슷”
‘불호’라도 좋다
“싫어하는 이유 논리적으로 말하면, 그것으로도 분명 성공한 전시”
미술관이 전시할 때 생기는 쓰레기를 전시장 속 작품 옆에 함께 놓고(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작가와 작품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전시를 하거나(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 어린이를 훈육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비판하는 어린이 전시(포스트 모던 어린이)를 한다.
불특정 다수가 찾는 공립미술관은 민원이 두려워 과감한 전시를 꺼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전시는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렸고, ‘민원’보다 ‘반응’이 나왔다.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에는 관객 1만2000명이 작품을 보고 감상평을 남겼고 ‘포스트 모던 어린이’는 1, 2부 전시를 합해 24만 명이 관람해 해당 미술관 개관 이래 최대 흥행 전시가 됐다. 과감한 전시 기획으로 주목받는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39)를 부산에서 만났다.
● 미술관 전시의 경계는?
최 학예연구사가 지금까지 연 전시는 ‘미술관에서 이게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 그가 최근 선보인 기획전 ‘능수능란한 관종’은 관심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을 비꼬는 단어 ‘관종’(관심 종자)을 주제로 예술 작품을 모았는데, 실험미술가 성능경(80)부터 개념 미술 대표 작가 피에로 만초니(1933∼1963), 젊은 작가 신민(39)과 화가 겸 가수인 조영남(79)까지 작품을 냈다. 이 전시는 “미술관 전시에 ‘관종’이라는 비속어를 전시 제목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출발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철구’ 같은 유튜버가 삭발하거나 물구나무를 서는 과한 행위를 하는 것이 동시대 퍼포먼스 예술가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다면 ‘현대 미술가와 유튜버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런 행위가 미학적 의미나 사회적 비판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이어졌죠.”
처음엔 미술관 내부에서도 ‘관종’에 거부감이 있었다. 이에 최 학예연구사는 미술관 전시에 맞는 ‘공공성’을 보강했다. “관심과 주목의 사회적 의미에 관한 학술 연구를 찾아보며 공부했죠.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주목받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에 따르는 위험과 가능성은 무엇인지가 중요한 주제가 됐습니다.”
이를 토대로 만초니의 ‘예술가의 똥’(1961년) 같은 20세기 미술사의 유명 작품이 추가됐고, 해외 유명 미술가인 토마스 히르슈호른은 전시 기획을 흥미롭다고 느껴 대형 설치 신작으로 참여했다.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 ‘의미 있는 볼거리’가 생긴 셈이다.
● ‘불호’ 관객 있어도 좋아
과거에 큐레이터는 작품을 연구, 보존하고 전시하는 역할로 생각했고, 공립 미술관 전시는 텍스트 연구를 토대로 작품을 배열하는 경향이 강했다. 또 미술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큐레이터라 생각했다면 요즘은 관객과 최대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소통하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다.
올해로 4년 차인 최 학예연구사도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데 관심이 있다. 여기에 작용한 여러 배경 중 하나는 학예연구사가 되기 전 했던 작가 활동이다. 최 학예연구사는 미국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미대에서 우수한 학생으로 선발돼 레지던시까지 제공받았는데, 이때 캔버스 한 올에 물감을 묻힌 다음 ‘회화’의 개념을 묻는 작업을 했다. 처음으로 기획한 전시인 ‘지속 가능한 미술관’도 기후 변화 시대에 미술관의 역할을 묻는 시의성 있는 주제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미술관의 우려와 달리 관객들은 더 열려 있고, 알고 싶어하며, 의견을 내고 싶어 한다. 최 학예연구사는 “제 전시가 낯설거나 ‘불호’를 느끼는 관객이 있어도 좋다”며 “싫어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가 열리면 그것은 저만의 것이 아닌, 보는 사람이 함께 완성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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