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다. 작가 고명환은 누구보다 극적인 경험을 하고 새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2005년 큰 교통사고를 당해 의사에게 “수일 내로 죽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고명환의 마음 속에 ‘후회’가 가득 밀려왔다.
“34년간 난 무엇을 위해 그렇게 끌려다니며 살았나. 이 생각 먼저 들더라.”
기적적으로 몸이 회복하면서, 고명환이 가장 처음 한 일은 고전을 읽는 것이었다. 문병 온 지인들에게 “꽃이나 주스 말고,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문학책 하나만 사달라”고 했고, 병원에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해야 세상에 끌려다니지 않으며 살 수 있나’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코미디언이 무슨 작가냐고…드디어 인정받은 기분”
수없이 많은 고전을 읽고, 성공하는 삶의 방법을 깨친 그는 관련된 책을 썼다. 올 8월 26일에 발매된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다. 이 책은 발매된 후 베스트셀러로 등극했고, 고명환은 제11회 교보문고 출판어워즈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한강과 함께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명환은 “작가로서 인정을 받은 느낌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구매하신 분 중에 저인 줄 모르고 사신 분도 꽤 있었다”며 “’개그맨이 썼네? 괜히 샀네’라고 생각하셨다가 읽다 보니 내용이 너무 좋았다고 하셨던 분도 있었다. 코미디언이라는 선입관이 작가로서 한계가 될 것 같았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작가로 인정받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어 “수상 소식이 전해지고 저와 연관된 혈연, 학연, 지연, 30년 동안 연락이 안 된 분까지도 다 전화를 주셨다”며 “특히 한강 작가와 같은 상을 받는다는 기사가 나서 주변인들이 더 놀라워했고, 자랑스러워하셨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돈 버는 법, 잘 사는 법…고전 속에 답이 있다”
늦게 깨우칠지는 몰라도 ‘성장’이라는 정확한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이 ‘고전’이라고 고명환은 설명했다.
그는 “사고 후, 계속 사업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4번을 말아먹었다”면서 “그런데 어느 정도 독서력이 생기니 ‘책에서 시키는 대로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명환은 손자병법의 ‘이겨놓고 싸워라’, 칼 융의 레드북의 ‘진리에 이르는 길은 의도를 갖지 않은 사람에게만 열려있다’ 등 지금까지 읽었던 책의 내용을 토대로 다시 한번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2014년에 시작한 메밀국숫집은 10년간 매년 10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했고, 그는 성공한 장사꾼이 되기도 했다.
“책을 읽고 성공했다니 진짜냐고 생각하실 수 있다. 장사를 하는데 돈을 벌려는 의도를 갖지 말아야 한다니,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선순위를 바꾸라는 의미였더라. 돈을 버는 게 1순위가 아닌, 내가 지금 하는 일에 더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원래 연기든 뭐든 잘하려고 힘을 주고 애쓰면 잘 안된다. 오히려 긴장을 풀어야 한다. 장사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돈을 벌려고 하다 보면 그건 안 된다. 이전까지 했던 장사를 기억해 보면 그렇게 했던 것 같다.”
매일 책 읽고, 쓰는 법? 하루 10쪽씩, 하루 한 줄부터 시작하세요”
새해가 다가오면, 많은 이들의 목표 중 하나는 ‘독서’와 ‘일기 쓰기’다. 결정은 쉽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고명환은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를 잡지 말라고 조언했다. 적게 읽고 쓰더라도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 그는 독서는 하루에 10쪽씩 하고, 글은 하루에 한 줄부터 써보라고 권했다.
“예전에는 거의 하루를 책 읽는 데 쓰기도 하고, 7~8시간 동안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책은 하루에 10쪽씩, 글도 2000자를 안 넘기려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한 데, 더 중요한 건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책 중에 가장 중요한 책은 산책’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내가 오늘 읽은 것들을 생각하며, 내가 갖고 있는 인생의 질문들을 다시 묻고 답하는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 그게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작심삼일’에 실망하는 이들에게는 “365일 중 65일 정도는 좀 봐줘도 된다”며 “대신 포기하지만 말자”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제가 유튜브도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3년 정도 했는데 다들 대단하다고 한다. 하지만 전혀 대단하지 않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워 고통스러운 건 100일이면 지나간다. 나는 그걸 ‘신선한 고통’이라고 한다. 영원히 힘든 건 없다”며 “계속 읽으면 저절로 글을 쓰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의 한계를 내가 넘는 시기가 올 것이고, 그런 능력이 다가오는 AI 시대에 대체할 수 없는 나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속 집필 예정…300억 모이면 도서관 지을 것”
지금도 책을 쓰고 있다는 고명환은 내년 출간을 목표로 ‘몸과 정신의 근육’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나중에는 에세이 등도 쓸 것이라고 밝혔다.
고명환의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300억이 모이면 도서관을 지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름도 벌써 지어놨다. ‘엉망진창 도서관’이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역세권에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용한 도서관은 이미 너무 많다. 내가 생각하는 도서관은 왁자지껄한 도서관이다. 책 읽고 토론하고, 아이들은 떠들기도 하고…. 그래서 ‘엉망진창’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이다. 에너지를 맘껏 쏟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 ‘인생2막’은 삶의 전환기를 맞아 새로운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반환점에 도약해 제2의 꿈을 펼치고 계신 분, 은퇴했지만 재능을 살려 사회에 기여하는 분, 생소한 직업에 도전한 분의 다양한 사연을 기다립니다. (ddaman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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