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세계를 관찰하는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한쪽에서는 거대한 기계가 무한히 작은 입자인 ‘아원자’의 존재를 증명하고, 다른 쪽에서는 우주망원경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저 멀리 우주의 경계인 ‘빅뱅’의 잔광을 포착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종의 곤충이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영국의 생물학자로 세계 곳곳으로 곤충을 찾아 떠나 연구했으며, BBC 자연 다큐멘터리 진행자로 대중에게도 익숙한 저자가 곤충 이야기를 담았다. 사람들이 때론 하찮게까지 여기는 곤충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흥미롭고 기이한지를 쉽고 유쾌하게 설명한다.
우선 곤충은 인류보다 훨씬 먼저 지구에 나타나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했다. 그럼에도 ‘머리 가슴 배’라는 기본 체제는 오랜 시간 유지됐는데, 저자는 이것이 생존을 위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완벽한 구조라고 설명한다. 곤충의 총 생물량은 사람과 가축을 더한 것보다 10배 이상 많다. 게다가 인간에게 ‘아낌없이’ 퍼준다. 꿀(벌)과 실크(누에나방)를 제공하고, 영국군을 상징하는 군복인 레드코트를 물들이는 염료(깍지벌레)를 주며, 사람의 손길로 치료할 수 없는 상처를 제거하고 항균 작용(구더기)까지 해준다.
이렇게 저자는 곤충에 관한 지식을 풀어가는 한편 자연 다큐멘터리 거장인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을 비롯한 학자, 유명인 7명과의 인터뷰도 수록하며 더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애튼버러 경은 곤충을 비롯한 무척추동물을 다룬 영국 최초의 다큐멘터리 ‘덤불 속의 생명’을 제작한 과정을 전한다. 그는 “조류와 포유류가 시청자에게 더 인기가 많지만, 흙을 비옥하게 하고 꽃가루를 옮기며 분변과 사체를 자연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곤충이 없어진다면 이 세계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책은 인간이 한 행위로 지구의 환경이 변해가는 ‘인류세’로 곤충이 맞은 위기를 일깨운다.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과 공존을 모색할 마지막 기회인 지금을 놓치지 말자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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