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0일(현지시간) 스웨덴의 스톡홀름 시청에선 ‘2024 노벨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스웨덴에선 매년 12월 10일 화학자이자 사업가였던 알프레드 베른하르드 노벨(1833~1896)의 기일을 기념해 인류 발전을 위해 기여한 이들에게 노벨상을 수여합니다. 특히 올해는 소설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고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가 됐습니다.
노벨상은 전 인류가 주목하는 상이자, 수상자 개인에게는 일생의 영광입니다. 또 노벨상 수상은 해당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다만 세계에는 노벨상 외에도 권위있는 국제상이 분야별로 여럿 있습니다. 오늘은 인류 번영에 이바지한 이들에게 주는 국제상을 살펴보려 합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노벨상
노벨상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 그의 유산을 활용해 1901년부터 매년 물리,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등 5개 분야에서 수여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잘 알려진 대로 살상 무기로 사용되는 다이너마이트로 쌓은 부를 인류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사용하고자 했던 노벨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노벨의 유언에 경제학 분야는 없었지만 이후 스웨덴 중앙은행에서 노벨을 기념한다는 취지로 경제학상을 별도로 만들어 1969년부터 시상하면서 현재 노벨상은 6개 분야에 수여되고 있습니다.
개인당 상금은 한화로 10억 원이 넘으며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 만으로도 세계 어디서나 권위 있는 학자, 전문가, 작가로 인정을 받게 됩니다. 매년 시상식이 열리는 12월이 되면 전 세계가 스웨덴을 주목하면서 상을 주관하는 스웨덴의 국격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수학계의 노벨상, 필즈상과 아벨상
노벨상에는 수학 분야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는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통용되는 상이 있습니다. 바로 필즈상과 아벨상입니다. 먼저 필즈상은 캐나다의 수학자 존 찰스 필즈가 남긴 유산으로 1936년 시작됐습니다. 4년마다 세계수학 대회에서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만 40세 미만에게만 주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2022년에는 한국계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필즈상을 수상해 한국 국민들이 함께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또 필즈상에 필적하는 수학계 국제상으로 스웨덴 이웃 국가 노르웨이에서 주관하는 아벨상이 있습니다. 노르웨이가 배출한 천재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아벨상은 2003년 시작됐는데 역사는 짧지만 1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상금과 역대 수상자들의 높은 수준으로 금세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됐습니다.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
노벨상에는 건축 분야도 없습니다. 대신 미국 사업가인 제이 프리츠커와 그의 가문에서 운영하는 세계적 호텔 그룹 하얏트 재단에서 1979년부터 시상하는 프리츠커상이 있습니다. 독창적이고 세계적 건축물을 남긴 건축가에게 수여되는 이른바 ‘건축계의 노벨상’입니다.
프리츠커상은 그동안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세계의 다양한 국가 출신 유명 건축가에게 수여됐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 건축가가 수상한 적은 없습니다.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한국인 건축가가 없는 것을 두고선 국내 유명 건축물을 대부분 해외 건축가에게 맡기는 국내 풍토 때문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국제상 수상자 부족한 현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기준 세계 14위이고 케이팝 등 국산 콘텐츠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하면 노벨상을 비롯해 권위있는 국제상 수상자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특히 과학 분야에선 여전히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올해까지 물리학상 수상자 106명, 화학상 90명, 생리의학상 117명을 배출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도 물리학상 수상자 12명, 화학상 9명, 생리의학상 5명을 배출했습니다.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수는 해당 국가의 과학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입니다. 한국처럼 자원이 부족하고, 고령화가 진행 중인 국가는 첨단 과학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초과학 역량이 더 절실합니다.
전문가들은 과학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투자가 한층 늘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야 최근 이슈가 되는 ‘의대 쏠림 현상’을 개선하고 인재들이 과학 분야로 진출해 마음껏 연구 및 개발에 몰두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돼야 우리 사회의 미래도 한층 밝아질 것이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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