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틀 깨는 Z세대만의 역발상 콘텐츠

  • 주간동아
  • 입력 2024년 12월 25일 12시 01분


[김상하의 이게 뭐Z?] 응원봉 시위하고 모두가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곳 리뷰하기

새로운 시각의 중요성은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얘기일 것이다. 누군가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볼 때마다 “왜 저런 생각을 못 했을까”라며 아쉬워하거나, “나도 따라 해봐야지!”라는 마음이 들곤 한다. 특히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고 있으면 그런 마음이 더 자주 든다. 요즘은 Z세대를 중심으로 기존 틀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활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주는 기존 틀을 깨는 Z세대만의 콘텐츠들을 소개한다.

#Z세대의 의견 표현 방식

Z세대의 센스가 돋보이는 집회 참여 깃발. [X(옛 트위터) ‘크렘무’ 계정 캡처]
Z세대의 센스가 돋보이는 집회 참여 깃발. [X(옛 트위터) ‘크렘무’ 계정 캡처]
Z세대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방법으로 의견을 표현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비판하는 시민 집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촛불 대신 응원봉과 깃발을 들었다. 그리고 스마트폰 화면에 탄핵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띄웠다. 마치 콘서트에서 최애 아이돌에게 보여주듯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모습이었다. SNS와 커뮤니티에는 집회 현장을 담은 사진, 영상이 속속 올라왔다. 주최 측은 각 팬덤의 응원봉을 설명하거나, K팝 음악에 맞춰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마치 페스티벌을 연상케 하는 광경이었다.

이들만의 방식은 중장년층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중고 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에서 응원봉을 구매하거나 자녀에게 빌려서 집회에 나서는 부모의 모습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한 누리꾼은 “엄마, 그 응원봉 엄마가 사준 거야”라는 후기를 남겨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록페스티벌에서 1m 넘는 깃발을 드는 것처럼 집회 현장에도 다양한 깃발이 보였다. 내향적 성격이나 일명 집돌이·집순이 생활을 즐기는 사람도 탄핵을 촉구하러 나왔다는 뜻의 ‘내향인 연합’ 깃발이나, ‘최애가 살기 좋은 나라’ ‘외국 가수가 내한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연합의 깃발도 눈에 띄었다. 이외에도 어떤 참가자는 촛불도, 응원봉도 없다며 대파나 종이 우유팩으로 응원봉을 만들어서 나왔다. 특히 “집에서는 불안해 도저히 게임을 못 하겠다”며 여의도에 노트북과 간이 책상을 챙겨 와 게임하는 참가자가 이목을 끌었다. 손에 든 도구는 상관없다. Z세대는 새로운 방식으로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별점 1점 가게 찾는 유튜버

별점 1점대 휴게소를 체험하는 Z세대 유튜버. [유튜브 채널 ‘어쩔수없는윤화’ 캡처]
별점 1점대 휴게소를 체험하는 Z세대 유튜버. [유튜브 채널 ‘어쩔수없는윤화’ 캡처]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주목받는 콘텐츠는 ‘별점 1점 리뷰’를 담은 영상이다. 일반적으로 유튜버는 별점 5점짜리 맛집이나 추천할 만한 장소를 소개하곤 한다. 하지만 별점 1점짜리 가게를 다루는 유튜버는 모두가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곳에 간다. 식당뿐 아니라 비행기, 고시원, 부동산 등 다양한 업종을 찾아 나선다. 별점 1점짜리 식당에서 ‘웨이팅’하며 느끼는 현타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모습은 이들이 얼마나 ‘1점 리뷰’에 진심인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들은 콘텐츠를 시작하면서 별점 1점인 곳만 방문하기, 1점대 음식 시식하기 등 철저한 기준을 소개한 뒤 체험기를 전개한다. 다소 과감한 시도라 따라 하고 싶지는 않지만, 대신 누군가가 해준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대표적 사례다.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유튜버는 ‘어쩔수없는윤화’다. ‘별걸 다 한다’는 콘셉트로 구독자 15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피부과, 한의원 등 신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료 분야에서도 별점 1점 가게 리뷰에 나서 구독자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앞으로 이런 새로운 리뷰 방식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주는 것이야말로 콘텐츠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피하고 싶거나 도전하기 망설여지는 역발상 리뷰 콘텐츠도 꾸준히 사랑받을 가능성이 크다.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를 쇼츠로

외국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를 직접 재현하는 것을 콘셉트로 하는 유튜버. [유튜브 채널 ‘유쿡’ 캡처]
외국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를 직접 재현하는 것을 콘셉트로 하는 유튜버. [유튜브 채널 ‘유쿡’ 캡처]
‘그것이 알고 싶다’ ‘PD수첩’ 같은 시사프로그램은 범죄에 대한 심층 분석과 사실 전달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TV를 넘어 유튜브로 확장됐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거나 분석하는 콘텐츠가 인기다. 특히 이를 숏폼 형식으로 새롭게 제작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유튜버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 예가 유튜버 ‘유쿡’이다. 콘텐츠는 외국 유튜버 조시 슬라빈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유쿡 쇼츠의 콘셉트는 미국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를 직접 재현해 먹어보는 것이다.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프랜차이즈 음식을 구매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식사를 세팅하고 먹는 과정까지 보여준다.

단순 먹방이 아니다. 콘텐츠의 핵심은 식사 장면과 함께 진행되는 범죄자에 대한 이야기다. 사형수가 왜 이런 음식을 마지막으로 선택했는지, 그의 범죄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1분 내외 짧은 영상에 압축해 전달한다. 마치 요리 유튜브 같지만, 먹방과 사건 설명을 결합한 독창적인 포맷으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숏폼 콘텐츠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서 유쿡은 정보 전달과 독특한 콘셉트를 결합해 살아남는 방법을 보여준다.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힘과 새로운 형식을 고민하는 노력이야말로 유쿡이 생존한 비결일 것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70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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