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첫선을 보인 ‘오징어 게임’은 작품만큼이나 한국의 옛 ‘골목 놀이’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시즌1 공개 후 달고나를 사 먹기 위해 한국 광장시장에 해외 관광객이 붐비고, 전 세계 지하철 승강장 내 딱지치기를 패러디한 영상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가득 채운 것. 거대 로봇 ‘영희’를 모르는 이가 없고, 구슬치기가 유행할 정도로 K-게임이 사회 현상이 됐다. 26일 공개된 시즌2에선 어떤 게임이 등장해 다른 재미를 선사하게 될까.
시즌2의 주 내용은 프런트맨(이병헌)과 기훈(이정재)의 대결이다. 한국을 떠나려던 기훈은 프런트맨과 통화한 뒤 복수를 위해 다시 게임에 참가한다. 기훈은 전작처럼 456번을 부여받고, 프런트맨은 기훈 몰래 001번으로 참가한다. 기훈과 프런트맨은 참가자들의 선악 본성을 자극하고 인간성이 무엇인지 묻는 것.
황동혁 감독은 26일 공개된 보도자료에서 “이야기의 가장 메인 축은 ‘프런트맨’와 ‘기훈’의 대결”이라며 “‘다스베이더’의 길을 택한 ‘프런트맨’은 인간이란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이 갈등은 후반부 결국 기훈이 참가자들을 모아 반란을 일으키고, 이 반란을 프런트맨이 잔인하게 진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기훈이 “대의를 위해 작은 희생을 감수하자”며 체력이 약한 참가자들이 죽는 상황을 묵인하고, 프런트맨이 참가자들을 진압한 뒤 “영웅 놀이는 끝”이라고 지적하는 것.
일각에선 이 장면이 12·3 비상계엄 상황을 생각나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배우 이정재는 “시즌1에서 참가했던 게임이 끝난 후 ‘기훈’은 강한 책임감, 즉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 이는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며 “게임의 주최자들이 ‘기훈’의 시동을 걸었다”고 했다.
게임의 기본규칙은 시즌1과 거의 유사하다. 시즌1처럼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456명의 참가자가 456억 원의 상금을 두고 잔혹한 게임을 벌인다. 게임에서 탈락하면 죽고, 살아남은 이들만 다음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점도 동일하다.
시즌2는 규칙이 업그레이드됐다. 먼저 게임 중단 OX 투표를 매 게임 뒤 한다는 규칙이 추가된 것. 각 게임이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이 참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시즌2 참가자들의 오른쪽에 ‘O’ ‘X’ 찍찍이가 붙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다시 등장한다. 거대 로봇 ‘영희’가 얼음일 때 움직이는 참가자를 발각하면 살인 병정들이 참가자들을 죽이는 방식은 동일하게 구성됐다.
반면 한국과 세계의 취향을 절묘하게 섞은 게임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신작의 두 번째 게임은 ‘5인 6각’. 다섯 명이 옆 사람의 다리를 묶고 무지개색 동그란 원을 제한 시간 안에 돌아야 한다. 물론 난관은 더 있다. 5명이 각각 딱지치기, 비석치기, 공기놀이, 팽이놀이, 제기차기라는 놀이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짝짓기 게임’도 있다. 먼저 참가자들은 회전목마가 가운데 놓여 있는 커다란 원형 공간에 서 있다. ‘둥글게~둥글게~’라는 여자 아이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원형 공간이 돌아가고, 어느 순간 화면에 숫자가 뜬다.
또 시즌1에서 딱지치기만 보여 줬던 딱지남(공유)은 더 나아가 ‘가위바위보 하나 빼기’와 ‘러시안룰렛’을 섞은 새로운 게임을 선보인다. 실력보단 운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한국과 세계의 게임을 혼합해 긴장감을 더욱 높인다.
노란색, 분홍색, 초록색 형형색색 가득한 세트장의 색감은 1편 그대로지만, 참가자들이 죽은 뒤 남긴 핏자국을 카메라가 자주 비추며 색을 통한 비극성을 강조했다. 무한궤도의 노래 ‘그대에게’처럼 한국 가요도 흘러나오고, 특유의 OST를 일렉트로닉 버전으로 변주하는 등 음악적 변화도 눈에 띈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이순신 장군의 명언, 해병대의 기수문화가 불러오는 경례 장면처럼 한국인들만이 읽어 낼 수 있는 유머 코드도 가득하다. 기훈의 생일이 10월 31일 ‘할로윈 데이’고, 2화 제목이 ‘할로윈 파티’라는 점 때문에 시즌3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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