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올해 출판계는 ‘문학의 시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28일 01시 40분


올 한 해 출판계는 ‘문학의 약진’이 눈에 띄는 해였다. 상반기 양귀자의 ‘모순’이 역주행한 데 이어 하반기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그의 소설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휩쓸었다. 김애란 등 동년배 여성 작가들의 소설도 큰 주목을 받았다.

26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한강의 ‘소년이 온다’(창비)와 ‘채식주의자’(창비),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가 올 1∼11월 종합 베스트셀러 1∼3위를 차지했다. ‘흰’(9위·문학동네)과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10위·문학과지성사)를 포함하면 상위 10위 중 절반을 한강의 작품이 채웠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10월 10일 이후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의 판매량으로 연간 베스트셀러 순위를 좌우한 것. 인터넷 서점인 예스24 집계에서도 연간 베스트셀러 1∼10위 중 절반을 한강의 작품이 점령했다.

한강 이외에 여성 작가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포문을 연 건 1998년 출간 후 올 들어 다시 화제를 모은 양귀자의 ‘모순’(쓰다). 25세 여성 ‘안진진’이 화자로 등장해 결혼 이후 극단으로 갈린 엄마와 이모의 삶을 그렸다. 20,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페미니즘 열풍이 분 2020년 역주행을 시작해 올해 교보문고 연간 베스트셀러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저자 인터뷰나 출판사의 별도 마케팅 없이도 독자들의 꾸준한 입소문에 힘입어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연인 ‘구’를 기억하기 위해 시신을 먹는 ‘담’의 이야기를 그린 최진영의 장편소설 ‘구의 증명’(은행나무)도 2015년 출간 후 차트를 역주행했다.

하반기에도 한강 열풍 속 여성 작가들의 신작이 눈길을 끌었다. 김애란은 13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문학동네)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정유정의 ‘욕망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영원한 천국’(은행나무)도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범죄 스릴러 거장인 정유정의 첫 공상과학(SF) 로맨스 소설로, 가상세계 ‘롤라’에서 유한한 존재이기를 택하는 인간들을 그렸다.

배우, 코미디언 등 전문 작가가 아닌 이가 쓴 책도 독자들에게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배우 차인표가 2021년 출간한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해결책)은 영국 옥스퍼드대 필독서로 선정되며 주목 받았다. 드라마 ‘여신강림’에 출연한 배우 문가영은 산문집 ‘파타’(위즈덤하우스)로 대만, 인도네시아 출판사들과 판권 계약을 맺었다. 코미디언 고명환은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를 베스트셀러로 올려놓으며 교보문고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다.

영화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원작인 해외 소설도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의 원작인 중국 작가 류츠신의 장편소설 ‘삼체’(자음과모음)가 대표적이다. 영화 ‘듄: 파트2’가 개봉하면서 1965년 미국에서 출간된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소설 ‘듄’(황금가지)도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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