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아트센터가 극장 상주음악가 격인 ‘2025 M 아티스트’로 바리톤 박주성을 선택했다. 4월 23일, 12월 6일 두 번의 ‘M 아티스트 박주성 리사이틀’과 8월 23일 야외무대에서 여는 ‘Moon Sonata’등 세 차례 무대를 책임진다. 박주성은 유학 경험이 없는 국내파로 2021년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극장의 영아티스트가 된 뒤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메일로 그를 만났다.
―첫 장래희망이 영화감독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오페라를 보고 오페라와 사랑에 빠졌어요. 오페라 연출을 하면 어떨까 하고 음악 선생님께 여쭸는데 우선 노래를 배워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그러고는 여기까지 왔네요. 오페라도 극이기 때문에 영화와 극에 심취했던 일이 큰 도움이 됩니다. 예전에 봤던 영화 속 배우의 연기를 참고하기도 하고요.”
―올해 무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요.
“4월에는 말러 연가곡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몇 곡을 1부에 선보이고, 2부에서는 모차르트부터 코른골트까지 다양한 시대의 오페라 아리아들을 노래할 예정입니다. 8월에는 대중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친근한 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려 합니다. 12월 무대는 아직 생각 중입니다.”
―카랑카랑하고 강건한 목소리, 외모까지 영국 바리톤 브린 터펠을 연상시킨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바리톤을 꼽는다면?
“실제 브린 터펠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 외 루도빅 테지에르, 사이먼 킨리사이드, 제랄드 핀리의 노래를 즐겨 듣고, 지난 시대의 가수로는 에토레 바스티아니니와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를 좋아합니다.”
―2021년 카디프 콩쿠르 결선에 올랐고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 3위, 2023년엔 헬무트 도이치 독일 가곡 콩쿠르에서 2위 입상했죠. 어떤 기억이 남아있는지?
“콩쿠르에선 심적으로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네요. (그는 답변 뒤에 ‘웃음’이라고 적었다) 국내에서는 콩쿠르 성적이 뛰어나지 않았죠. 유학을 하려고 유럽에 나오자마자 오페랄리아에서 입상했는데, 매 단계마다 현실을 의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2024년 서울 예술의전당 SAC페스티벌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리톤 김태한과 듀오 무대를 응모해 공연을 가졌죠. 고국 관객들에게 크게 각인된 계기였습니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 절친한 태한이와 함께 연주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독일 가곡들로 프로그램을 짰는데, 지루할 수도 있었던 연주를 즐겁게 들어주시고 뜨겁게 반응해 주신 관객들께 매우 감사했습니다. 입장 때부터 관객들이 유럽 관객들보다 훨씬 뜨겁게 박수를 쳐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오페라에서의 역할이나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배역은 무엇인지요? 스스로의 목소리에 대해 ‘나는 어떤 바리톤’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모차르트의 ‘다 폰테 삼부작’(로렌초 다 폰테가 대본을 쓴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여자는 다 그래’)에 큰 애정을 갖고 있고, 그 세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오페라 가수라는 직업이 있지만, 리트와 오라토리오에도 큰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오페라만큼 리사이틀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고음악부터 현대 음악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유연한 음악성을 가진 바리톤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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