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1편에 19만원… ‘티켓플레이션’ 가속화에 문화소비 위축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30일 03시 00분


3분기 티켓 가격, 1년새 9.5% 상승
“재관람 할인도 줄어 지갑 열기 부담”
외국가수 내한공연 100만원 넘기도
공연계 “제작비 올라 인상 불가피”

공연 티켓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뮤지컬 알라딘(위쪽 사진)은 9만∼19만 원, 올해 8월 공연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아래 사진)는 티켓 최고가가 12만 원으로 역대 연극 최고가를경신했다. 각 공연 제작사·기획사 제공
뮤지컬 팬인 직장인 김태은 씨(28)는 최근 뮤지컬 ‘웃는 남자’의 티켓 R석을 17만 원에 예매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고가석이 보통 19만 원 정도 하다 보니, 이 정도는 ‘합리적 가격’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사실 부담이 큰 가격인데 요즘 티켓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이상한 착시 효과를 느낀 것 같다”며 “5년 가까이 기다린 작품이지만 너무 비싸 여러 번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올 한 해 뮤지컬, 콘서트 등 ‘티켓플레이션’(티켓값+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며 관람객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연극계는 역대 티켓 최고가(12만 원)를 경신했고 세계적인 가수,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40만, 50만 원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29일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티켓 1장당 평균 판매액은 6만647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727원) 대비 9.5% 상승했다.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VIP석에서 4인 가족이 문화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80만 원에 육박하는 돈을 내야 한다. 뮤지컬 ‘알라딘’은 티켓 최고가가 19만 원, ‘지킬 앤 하이드’는 2021년 시즌보다 2만 원 오른 17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충성도 높은 ‘회전문 관객’까지 지갑 열기를 주저하기도 한다. 대학생 때부터 공연 관람을 즐긴 전모 씨(30)는 “출연진 조합을 바꿔 보는 재미가 크지만 요즘은 후기를 미리 꼼꼼히 살펴본 뒤 꼭 보고 싶은 조합만 본다”며 “예전보다 재관람 할인이 줄어 소득이 없던 학생 때보다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내년에 내한하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는 6만6000∼108만 원에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각 공연 제작사·기획사 제공
세계적인 가수,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가격은 더 높다. 내년에 예정된 내한 콘서트는 고가의 각종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콜드플레이의 경우 백스테이지 투어와 무대 위 사진 촬영, 한정판 굿즈 등이 포함된 패키지석 가격이 108만 원에 달한다. 밴드 오아시스는 한정판 굿즈, 팔찌가 포함된 VIP 패키지를 41만7000원에 판매한다. 올해 한국을 찾은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과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R석 가격이 각각 53만 원, 47만 원이었다.

내년 뮤지컬 ‘위키드’, 세계 3대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등이 예정된 가운데 지나치게 오른 티켓 가격이 문화 생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7일 발표한 ‘2024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소비 위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보편화 등의 영향으로 월평균 여가 비용은 전년보다 7.5% 줄어들었다. 공연계는 각종 제작비, 물류비는 물론이고 환율과 인건비까지 줄줄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할인 프로모션이 줄고 일회성 관객이 유입되면서 매출액은 늘었으나 활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제작·기획사끼리 관객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살피며 추가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공연#티켓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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