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부터 케네디까지… 20세기 ‘시대 아이콘’을 담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30일 03시 00분


아널드 뉴먼 작품 200여점 국내 첫선
성격-직업 드러내는 ‘환경 초상’ 명성

아널드 뉴먼,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1946년. ⓒ Arnold Newman Properties, Getty Images, 뮤지엄한미 제공
사진가 아널드 뉴먼이 찍은 대담하고 실험적인 작곡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초상 사진. 스트라빈스키의 얼굴은 왼쪽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고, 그랜드 피아노의 검은 덮개가 무거운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런가 하면 경쾌한 추상을 그린 페르낭 레제의 사진에서는 심각한 표정의 작가 왼쪽 아래 원기둥 두 개가 사람의 다리처럼 유쾌하게 겹쳐 있다. 이렇게 파블로 피카소부터 존 F 케네디까지 20세기의 주요 인물을 렌즈에 담은 사진가 뉴먼의 작품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전시된다.

내년 3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뮤지엄한미 삼청본관에서 열리는 ‘시대의 아이콘: 아놀드 뉴먼과 매거진, 1938-2000’전은 뉴먼의 초기 실험작, 잡지 의뢰작, 창의적인 인물 사진, 기업 의뢰작, 보도 사진 등 200여 점을 전시한다. 2023년 캐나다 온타리오 미술관(AGO)에서 먼저 열렸던 전시를 뮤지엄한미와 AGO가 공동 기획·재구성했다.

뉴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예술가, 작곡가, 배우와 정치인의 강렬한 초상 사진을 촬영했다. 특히 인물의 성격이나 직업을 주변 환경을 이용해 드러내는 방식의 ‘환경 초상’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조지아 오키프를 피사체로 할 때는 그녀가 즐겨 그렸던 들소의 머리뼈를 오키프의 옆얼굴 위에 놓고 사진을 찍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초상은 텅 빈 것 같은 커다란 집 앞에 호퍼를 덩그러니 앉혔다. 거기에 그의 아내는 아주 멀리서 걸어오는 구도로 거의 점처럼 보이게 담았고, 전체 광경을 마치 열쇠 구멍 사이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연출했다. 그 결과 사진은 호퍼의 쓸쓸하고 고요한 회화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 작품 중 상당수는 잡지사의 의뢰로 촬영됐다. 이 때문에 전시는 뉴먼의 작품에 미친 당대 잡지의 영향력도 주의 깊게 다룬다. ‘하퍼스 바자’, ‘라이프’, ‘홀리데이’, ‘포천’, ‘타운&컨트리’ 등 잡지와 뉴먼이 맺은 관계, 이들 매체와 작가 간의 상호 보완적 관계의 여정을 살펴볼 수 있다. 피카소, 앤디 워홀 같은 미술가뿐 아니라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 작곡가 글렌 굴드, 헨리 루스 라이프 매거진 창립자 등 다양한 직업군의 초상 사진도 전시됐다.

#아널드 뉴먼#작품#국내 첫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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