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예매 사이트에 실린 프로필에는 ‘연간 200회의 공연을 소화한다’고 적혀 있었다. ‘사회만 보는 것까지 포함해 200회냐’라고 물었더니 그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제가 출연하는 거의 모든 콘서트에는 제 연주가 있습니다.”
피아니스트로, 클래식 해설자로, 음악축제 기획자로 전방위적 활동을 펼쳐온 송영민(39)이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피아노 독주회 ‘칸타빌레 III’을 연다. ‘칸타빌레 I’은 지난해 4월 같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칸타빌레 II’는 6월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열렸다.
피아노 신동으로 열네 살 때 러시아에서 데뷔 독주회를 열었던 송영민은 독일 데트몰트 국립음대와 라이프치히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한 뒤 2012년 귀국했다.
“제가 공부해온 것과 음악 작품 속에 숨은 의미를 설명드렸을 때 청중의 호응이 훨씬 높아지더군요. 이게 내 역할이겠구나 싶어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송영민은 KBS 1FM 생생 클래식에서 ‘송영민의 클래식 다이어리’를 진행하고 하남문화예술회관, 대전예술의전당, 성남 티엘아이아트센터 실내악축제 감독 등으로도 활동했다. 그런 그에게 트레이드마크가 된 것은 2015년부터 10년째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의 ‘최인아책방 콘서트’다. 3∼7월, 9∼12월 시즌을 나눠 2주에 한 번씩 금요일 저녁에 진행한다.
“TV 대중음악 프로그램인 ‘유희열의 스케치북’ 클래식 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연주만 듣는 게 아니라 삶과 음악에 대한 관점도 들어보는 콘서트입니다.”
책방 콘서트인 만큼 매회 연주자에게 ‘내 인생의 책 한 권을 꼽아달라’고 부탁한다. 책에 대한 얘기도 듣고 그 책과 관련된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피아니스트 임윤찬 백혜선 신수정 윤홍천, 첼리스트 양성원,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바리톤 김기훈 등 스타급 연주가들이 출연했다.
하지만 연주가로서 송영민에게도 큰 위기가 없지 않았다.
“학부에 다니던 2006년이었습니다. 큰 콩쿠르 입상에 거듭 도전했지만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좌절에 빠졌죠. 교수님과 부모님께 ‘피아노를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즈음 학교 부근에서 열린 러시아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좁스키의 공연을 보게 되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예술을 그만두면 나중에 내 인생이 크게 후회되겠다’고 생각했죠.”
이번 ‘칸타빌레 III’에서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베토벤 소나타 5번과 21번 ‘발트슈타인’, 부소니 편곡 바흐 ‘샤콘’을 연주한다. 칸타빌레는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듯이’라는 뜻이다. 그는 “베토벤 하면 심각하다는 이미지가 크지만 그의 음악이야말로 가장 ‘노래하는’ 음악”이라며 “그의 시대로 이어지는 문을 여는 모차르트 음악, 베토벤이 문을 연 낭만주의 시대 후기 부소니의 음악까지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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