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100주년]시나리오 ‘꿈의 구장’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일 01시 40분


‘작가’라는 이름이 주는 책임감-가능성
● 당선소감

김민성 씨
김민성 씨
제 인생의 반을 글과 함께했지만 ‘작가’라는 말은 늘 부담스러운 굴레였습니다. “뭐 하세요?”라는 질문에 “글 쓰는 사람입니다”라고 에둘러 답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당선을 계기로, 저는 그 무거운 타이틀을 받아들이려 합니다. 작가라는 이름이 주는 책임감과 함께, 그것이 열어 줄 새로운 가능성을 말입니다.

흔히 야구를 인생에 비유합니다. ‘꿈의 구장’은 은퇴를 앞둔 보호관찰관과 그의 보호 관찰대상자인 우범소년이 예기치 않게 범죄에 연루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야구에서 선수가 홈에서 출발해 베이스를 돌아 다시 홈으로 돌아와야 득점하듯, 두 주인공도 자신들의 ‘홈’으로 돌아가려 고군분투하지만 그 여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저 또한 작가로서의 여정을 돌아보면 두 주인공처럼 순탄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당선으로 인해 한 베이스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도전과 성장으로 ‘홈’에 도달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쓰기가 느슨해질 때, 태엽을 감아주신 동아일보사와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아내 노윤경과 자녀 김동주, 김선우와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끝으로 살아계셨으면 집 벽에 신문으로 도배하셨을 아버지 김종원 씨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1975년 서울 출생 △중앙대 영화학과 졸업


유머-감동 버무려 속도감 있는 플롯


● 심사평

주필호 씨(왼쪽)와 장건재 씨.
주필호 씨(왼쪽)와 장건재 씨.
올해 본심에 올라온 시나리오들은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재에서는 공상과학(SF), 시대극, 가족 드라마 정도로 한정됐다. 특히 SF의 경우 과학적 설정이 빈약하고 일관성과 디테일이 떨어지는 작품들이어서 아쉬움이 컸다. 기시감이 드는 시나리오들이 많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이미 이전의 영화들에서 시도했던 기발한 설정들을 답습한 시나리오는 높은 점수를 주기가 어려웠다. 한국영화 흥행작들이 대체로 실화에 기반을 두거나, 프랜차이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독창적인 시나리오를 만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만나게 된 ‘꿈의 구장’은 매우 반가운 이야기였다. 범죄물이자 휴먼드라마인 ‘꿈의 구장’은 뇌종양 말기인 보호관찰관 성조와 오토바이를 훔친 우범소년 우석이 정치 비자금을 강탈하는 플롯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대중성을 겸비한 시나리오라고 의견을 모았다. 유사 부자(父子) 관계이자 브로맨스로 설정한 투톱 캐릭터의 균형이 좋았고, 주인공 성조가 자신이 흠모하던 홈런 타자의 마지막 은퇴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쫓기면서도 잠실경기장으로 향하는 클라이맥스는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감동을 주는 시퀀스였다.

시아버지의 죽음을 시작으로 평범한 가정주부의 성적 모험과 일탈을 그린 ‘버진 어게인’은 도발적이긴 하나, 비호감 캐릭터들이 많은 것은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연금 수령을 위해 시신을 방치하고 유기하는 과정에는 좀 더 견고한 핍진성이 요구된다. ‘밤의 목소리’는 관객을 사로잡는 설정이긴 하나, 첩보물과 멜로드라마 사이에서 균형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장건재 감독·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신춘문예 100주년#김민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