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법원 스님
“비상계엄 사태 이후 軍 극도 위축… ‘제야 타종행사 해도 되나’ 묻기도
문제 군인 철저히 시시비비 가리되, 올곧은 군인들까지 매도돼선 안돼”
“정치인들이 국민이 부여한 권력으로 국민을 위태롭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원광사에서 만난 대한불교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법원 스님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쟁으로 군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계종 군종특별교구는 육해공군 군법사와 군 사찰 380여 곳의 포교 및 수행 활동 등을 지원하는 곳이다. 2004년 해군 군종 법사(대위)로 전역한 그는 지난해 11월 군종특별교구장에 취임했다.
법원 스님은 “군 인사도 중단되면서 안보를 책임지는 주요 보직들이 공석인 상태”라며 “이럴 때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직무 정지되면서 고창준 제2작전사령관(대장)이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제2작전사령관은 김봉수 육군교육사령관(중장)이 직무대리를 맡는 등 연쇄 공석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군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워낙 군이 위축돼 있어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법원 스님은 “오죽하면 전국 일선 군 사찰에서 해마다 하는 제야의 타종 행사를 해도 되는지까지 묻고 있다”며 “혹시나 무슨 구설에 휘말릴지 몰라 일선 부대 지휘관들이 성탄절 예배도 안 가는 등 아무것도 안 하려는 분위기라서 물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비상계엄 직후 가진 첫 법회에서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는 ‘화쟁(和諍) 사상’을 중심으로 법문을 했다. 법원 스님은 “결국 따지고 보면 정치권은 자기는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서로 극단으로 치닫다가 이런 참사가 빚어진 게 아니겠느냐”라며 “이런 일을 겪고서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서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극한의 대립이 화를 자초했는데 여전히 남 탓 공방만 하다가는 우리 사회가 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군인은 명예와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입니다. 그런데 지금 장교들조차 따가운 시선 때문에 밖에 나갈 때 군복 대신 사복을 입으려 합니다. 군인이 군복을 부끄러워하면 나라는 누가 지키겠습니까.”
법원 스님은 “문제를 일으킨 군인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되, 그들의 행위 때문에 군과 대다수 올곧은 군인들이 매도돼서는 안 된다”라며 “진상조사는 철저히 하고, 국가 안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는 만큼 정치권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게 선을 지키는 슬기를 발휘했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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