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잠드는 동물들의 신비롭고 다양한 수면 이야기. 일간지 기자와 출판 편집자 등으로 일해 온 저자는 에세이를 쓰기 위해 동물원을 탈출했던 얼룩말 세로를 찾아가 안부를 묻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휴면하는 곰벌레를 보며 스스로를 떠올린다. 선 채로 잠드는 얼룩말과 기린, 거꾸로 매달려 자는 박쥐 등 다양한 동물의 사례와 저자의 개인적 이야기가 조화를 이룬다. 연지 지음·리마·1만3500원
● 부재하는 형상들이 있는 풍경
20세기 프랑스 시를 대표하는 시인인 저자가 자연에 깃든 아름다움을 절제된 언어로 풀어낸 시적 산문집. 자연 앞에서 느끼는 기쁨을 감동적으로 그리면서도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가리지 않도록 노력한다. 떠오른 이미지를 바로 글로 옮기지 않으려는 시인의 신중한 태도가 인상적이다. 자신의 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산문 외에도 다른 화가나 시인들의 작품을 비교 분석하는 비평가로서의 모습도 담아냈다. 필리프 자코테 지음·류재화 옮김·난다·1만5000원
● 당신도 증명 가능한가요?
뇌병변 장애를 지닌 정영민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 첫 책 ‘애틋한 사물들’에서 사물을 통한 자전적 성장통을 함축적인 문장으로 담았다면, 신간에서는 평범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경험과 생각을 담았다. 장애를 극복하기보다는 그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삶으로 껴안고, 씩씩하게 살아 나가는 장애 당사자의 진솔한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정영민 지음·남해의봄날·1만7000원 ●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
지리학의 시각으로 자본주의 역사를 살핀 책. 자본주의가 어떻게 이동하며 세계를 바꿔 왔는지 한눈에 보인다. 대항해시대에는 부가 에스파냐로 향했지만 한 세기가 지나기도 전에 변방의 섬나라였던 영국이 새로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다. 영국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 후 그 지위를 미국에 넘겨준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어디로, 왜 이동했는지 파악함으로써 경제 패권의 다음 향방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동민 지음·갈매나무·1만9500원
●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30여 년간 약 4000구의 변사 시신을 부검해온 법의학자인 저자가 그간 마주한 여러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전한다. “잘 살고 싶다면 죽음을 배워야 한다”는 게 저자의 지론. 무심코 흘려보낸 일상도, 당연한 듯 곁에 있던 사람들도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학적 사변으로 빠지지 않고 쉽게 읽힌다. 타인의 죽음에서 느낀 바를 조심스러우면서도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호 지음·웅진지식하우스·1만8500원
● 초기 그리스의 문학과 철학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파르메니데스, 헤라클레이토스 등 기원전 8세기부터 5세기까지 그리스 문화권에 등장했던 시인, 철학자들의 작품을 통해 서양 문명 사유의 기원을 한눈에 조망한다. 이 시기 ‘일리아스’ ‘오디세이’ 외에도 탁월한 사유의 수준을 보여준 작품들이 나왔다. 세계적인 고전 문헌학자로 꼽히는 저자가 고대 그리스의 문학적, 철학적 성취를 복원했다. 헤르만 프랭켈 지음·김남우, 홍사현 옮김·사월의책·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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