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모두가 싫어하는 이것, 알고보면 뜻밖의 보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4일 03시 00분


매립지 가스 포집하면 청정 연료
사료용 곤충 먹이로 쓰이는 ‘똥’
혐오의 역사 등 문화적 배경 소개
◇똥/브린 넬슨 지음·고현석 옮김/664쪽·4만4000원·아르테


‘똥’은 본능적 혐오의 대상이다. 저자는 음성 파일을 텍스트로 바꾸는 인공지능 알고리즘마저도 ‘똥’과 같은 단어를 걸러낸다는 걸 깨닫는다. 유아도 똥은 싫어한다. 생후 2년 6개월만 돼도 음식을 두고 옆에서 ‘개똥’이라고 부르면 안 먹으려고 한다. 그런 똥이 ‘뜻밖의 보물’이라고 주장하는 책이다.

미국은 똥의 22%를 땅에 매립한다. 매립지에선 빗물이 스며들면서 고농도 유기화합물이 침출돼 주변의 토양과 물을 오염시킨다. 사람의 장(臟) 속에서 방귀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가스를 방출하기도 한다. 2019년 미국에서 인간과 관련된 모든 메탄가스 배출량의 15%가 고형폐기물 매립지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이렇게 나오는 가스는 대강 태워 없애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포집해 정제하면 에너지로 쓸 수 있다. 요리와 산업, 운송용 연료로 쓰면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도 있다. 남은 분뇨 슬러지 역시 ‘바이오숯’이란 연료로 바꾸면 삼림 벌채를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똥엔 영양분이 많다.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에 본사를 둔 한 회사는 주민들의 똥을 수거해 활용한다. 배설물을 음식물 쓰레기와 혼합해 사료용 곤충인 ‘아메리카동애등에’ 유충에게 먹여 키우는 것이다. 이 유충은 몸무게의 40% 이상이 단백질이어서 동물 사료 보충제의 좋은 원료가 된다. 또한 물고기 먹이로도 쓸 수 있다. 최근엔 공공연히 인분을 처리해 퇴비로 쓰는 미국 도시가 늘고 있는데, 과거 똥거름을 썼던 한국에선 ‘오래된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의학 치료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똥을 장에 주입하기도 한다. ‘대변 미생물총이식’(FMT)이라고 부르는데, 항생제 치료가 어려운 특정 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하고자 장에 이로운 박테리아를 똥으로 직접 이식하는 방식이다. 요즘엔 삼중 코팅된 알약을 삼키면 된다고 한다.

이 밖에도 생태계 순환에서 똥의 역할, 똥에 대한 혐오감의 역사·문화적 배경, 건강의 지표와 질병 추적의 도구로서 똥의 가치 등을 책은 소개한다. 저자는 “지구를 지배하는 거대 동물로서 인간은 자연의 순환과 일치하는 가치의 순환을 복원할 책임이 있다”며 “똥은 그런 변화의 시작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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