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외계서 날아든 창조적 파괴자… 나와 당신의 기원 ‘운석’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4일 03시 00분


지구 생명-진화의 디딤돌 역할… 고대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 등
천문학-인류학 넘나들며 조명… 수십억 년 전 운석에 남은 흔적
태양계 생성의 비밀 풀 단서로 운석 연구, ‘우주 법의학’ 빗대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그레그 브레네카 지음·이충호 옮김/416쪽·2만 원·웅진지식하우스

신간은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운석학자가 쓴 ‘운석학 입문서’다. 지구의 생명과 진화에 근본적 영향을 미친 디딤돌로서 운석을 새롭게 조명한다. 천문학과 인류학이 어우러져 쉽고 재밌게 읽힌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신간은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운석학자가 쓴 ‘운석학 입문서’다. 지구의 생명과 진화에 근본적 영향을 미친 디딤돌로서 운석을 새롭게 조명한다. 천문학과 인류학이 어우러져 쉽고 재밌게 읽힌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우주는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 우리는 별의 물질로 만들어졌습니다.”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이 한 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이 말이 그저 비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실제로 지구는 우주와 매일같이 물질과 에너지를 공유하는 열린계(open system)이고, 태양계의 모든 것은 이전 세대에 존재한 행성계의 잔해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보여 주는 증거가 바로 운석이다.

신간은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운석학자가 쓴 ‘운석학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지구의 생명과 진화에 근본적 영향을 미친 디딤돌로서 운석을 새롭게 조명한다. 운석과 인간 문명의 오랜 상호작용을 고대 이집트 유물에서 찾아내기도 한다. 천문학과 인류학이 어우러져 쉽고 재밌게 읽힌다.

운석은 수십억 년 동안 지구와 상호작용하며 오늘날의 세계를 형성했다. 대표적인 예가 달이다. 달은 아주 거대한 운석 때문에 생겨났다. 지구에 화성만 한 크기의 원시 행성 테이아가 충돌하면서 지구와 테이아의 규산염 성분(맨틀과 지각의 주요 성분)이 떨어져 나가 준안정 궤도를 돌게 된 게 바로 달이다. 달은 운석 충돌이 지구에 준 선물인 셈이다.

달이 일으키는 조석의 결과, 유기 물질이 농축됐고 초기 생명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달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생명이 전혀 살지 않는 따분한 암석 덩어리로 남아 있으리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니 운석이야말로 지구와 인류를 만들어낸 기원이라 할 만하다. 지금도 매일 평균 100t 이상의 운석 물질이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다. 인, 철 같은 물질은 지구 생태계에 필요한 영양소다.

먼 옛날에 생긴 이 암석은 과거의 정보도 담고 있다. 어떤 종류의 운석은 45억 년 전 생성된 이래 한 번도 녹은 적이 없다. 저자는 운석을 오래전 암석이 생성될 무렵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보여 주는 스냅사진이자, 태양계 탄생의 단서를 담고 있는 타임캡슐에 비유한다. 멸종을 초래할 만한 크기가 아니라면 운석은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보물이다.

놀랍게도, 운석이 지구 밖에서 날아왔다는 개념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이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상학’에서 운석이 큰 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올라간 것이거나, 지구에서 증발된 다양한 물질이 적절한 조건에서 결합한 것이라고 봤다. 당시 우주관에선 달 궤도 밖에 동적인 것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운석은 지구에서 유래한 것이어야만 했다. 이 같은 생각은 아이작 뉴턴까지도 이어졌다. 운석이 지구 밖 우주에서 왔다는 주장이 정설로 자리 잡기까지 제기된 이론적 반박과 오해, 재반박은 근대 과학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저자는 운석 연구를 ‘우주 법의학’에 빗댄다. 태양계 생성이라는 사건의 목격자가 바로 운석이라는 관점이다. 운석을 연구하는 사람은 운석을 작은 조각으로 자르고, 산으로 녹이고, 고속 레이저를 쏘면서 이 목격자를 심문하고, 알고 있는 정보를 털어놓게 한다. 막 태어나 불안정한 단계의 태양에 대해선 “어린 태양은 신경질적이고 다루기 힘든 아이였다”며 ‘미운 200만 년’이라고 표현한다.

무엇보다 책을 읽다 보면 태양계의 모든 것은 과거 행성계의 잔해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됐고, 나는 어떻게 다시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게 될까. 우주를 생각하면 담대해진다. 새해에 펼쳐볼 만하다.

#운석#태양계#우주 법의학#천문학#운석학 입문서#운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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