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유괴된 아이가 3년 만에 돌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4일 03시 00분


◇존재의 모든 것을/시오타 다케시 지음·이현주 옮김/548쪽·1만7800원·리드비


“료? 진짜야?”

1994년 12월 일본 요코하마. 한 할머니가 집 대문을 열자 배낭을 멘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손자 ‘료’였다. 네 살 때 유괴돼 생사를 알 수 없던 아이가 일곱 살이 돼 돌아온 것. 할머니는 기쁨에 무릎을 꿇고 소년을 힘껏 끌어안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아이는 유괴당했다기엔 너무 멀쩡했다. 더군다나 아이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았다. 아이에겐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존재의…’는 일본 작가의 추리·미스터리 장편소설이다. 대형 제과회사 사장이 괴한에게 납치된 사건을 다룬 ‘죄의 목소리’(2016년·비엔엘)처럼 스릴러에 천착해 온 작가가 이번엔 어린이 유괴 사건을 그렸다. 일본 서점 직원들이 투표하는 ‘일본 서점대상’ 3위에 오를 정도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소설은 1991년 12월 소년 2명이 각각 다른 장소에서 유괴되면서 시작된다. 범인은 경찰이 전력을 다해 피해자를 구출하는 유괴 사건의 특성을 노렸다. 가짜 유괴와 진짜 유괴를 각각 벌여 경찰 인력을 분산시킨 것이다. 경찰은 총력을 다하지만 결국 범인을 체포하지 못했다. 그런데 3년 뒤 갑자기 료가 멀쩡히 살아서 돌아왔다.

이후 다시 30년이 흐른다. 당시 경찰 출입이던 신문기자가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의 죽음을 계기로 마지막 취재를 결심한다. 끈질긴 취재 끝에 유명 사실화 화가가 사실 과거 유괴 사건의 피해자 ‘료’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료의 3년에 대한 진실이 서서히 세상에 드러나는데…. 점차 소설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번 신작의 장점은 꼼꼼한 묘사. 신문기자 출신답게 작가는 유괴 사건과 경찰 수사에 대한 사실적이면서도 건조한 묘사를 선보인다. 주인공으로 기자를 내세워 숨겨진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점도 매력적이다. 범인의 정체가 아니라 ‘공백의 3년’에 무게중심을 둔 서술 방식은 작품을 르포 기사가 아닌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지점이다. 느긋한 주말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유괴 사건#일본 소설#미스터리#사실적 묘사#시오다 다케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