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2025년 새해 인사를 전하면서 어떤 이미지를 함께 보내셨나요? 이모티콘, 해돋이 사진, 뱀 그림, 혹은 AI로 제작한 이미지를 사용하셨나요? 요즘은 보기 힘든 광경을 하나 소개합니다.
지난주 퇴직을 앞둔 선배의 책상 위에 한 장의 연하장이 도착했습니다.
우편엽서 뒷면에 정성과 독창성이 담긴 붓글씨와 그림이 어우러진 연하장이었고, ‘을사년 첫날을 기념한다’는 인사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인스턴트식 새해 인사가 주류인 요즘, 400원이라고 인쇄된 엽서 가격과 직접 쓴 손글씨는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연하장은 저에게도 익숙한 인사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주로 선생님께 보내는 정도였죠. 1960년대생 선배들과 70년대생 X세대 사이를 가르는 상징 중 하나가 연하장이 아닐까 합니다. 크리스마스 카드는 익숙했지만, 연하장은 그렇지 않았죠. 1980년대 이후로는 더욱 낯선 단어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하장의 이미지는 새해 인사의 일부입니다. 문자 메시지에 첨부하는 산수화 느낌의 이미지나 십장생 그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가 들어간 이미지를 보내는 모습이 그 연장선입니다. 그러나 과거엔 이런 그림이 인쇄된 엽서나 8페이지짜리 편지로, 종이에 정성껏 손글씨를 써서 존경하는 분들에게 보내곤 했습니다.
연하장은 우체국과 집배원을 거쳐야 전달되는 만큼, 12월 26~27일 즈음에는 미리 우체통에 넣어야 했습니다.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게,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는 정성과 번거로움이 필요했던 인사법이었습니다. 때를 놓치면 새해 인사를 건네지 못한 셈이 되니까요.
● 100년 전, 연하장 200만 장이 유통되었다고 합니다
1925년 1월 2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당시 경성의 다섯 개 우체국에서만 하루에 160만 장의 연하장이 배달되었습니다.
2백만의 연하장(年賀狀)
어제 아침 첫 회 배달 양이 부내 5국(局)에 165만 장
어제 아침 첫 회 우편으로 시내 각처에 배달된 연하장의 총 숫자를 듣건데, 경성작일 아침 제 일회 우편으로 시내 각처에 배달된 연하장의 총 수효를 듣건데, 경성(京城)우편국에 84만, 광화문(光化門)에 41만1천5백14장, 남대문(南大門)에 39만, 서대문(西大門)에 8만2천4백35, 룡산(龍山)에 23만2천4백60장. 다섯 군데를 합하면 모두 1백6십3만2천4백60장이나 된다는데 이것도 어제 아침 첫 회로 배달한 것이므로 올해 경성 시내에 떨어질 연하장은 2백만장이 넘을 터이더라.
연말까지 총 200만 장이 넘을 것이라 예측했죠. 1925년 한반도 인구가 약 1952만 명(출처: 국가통계포탈) 이었으니, 인구 10명 중 1명이 연하장을 보낸 셈입니다.
집배원들은 평소의 몇 배나 되는 우편물을 배달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 모습이 담긴 사진은 오늘날엔 보기 힘든 장면이 되었습니다.
100년 전 신문에 실린 집배원 사진을 보며, 손편지로 전하던 따뜻한 새해 인사를 떠올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은 100년 전 신문에 실린 집배원 사진에서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연하장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동아일보 DB 사진 몇 장을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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