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 앞에서 탄핵 찬성 반대 싸움이 나려고 해서 경찰이 금을 그었다고 하더라고요. ‘오징어 게임’ OX 게임 후 숙소 안엣 선 긋고 싸우는 모습과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합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54)은 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탄핵 찬반을 두고 갈라진 한국의 모습과 ‘오징어 게임’ 시즌2의 OX 게임 모습이 똑 닮았다는 것. 그는 “작품에 현실을 반영하고 싶었는데 현실이 점점 그쪽으로 가고 있다”며 “무섭고 슬프고 섬뜩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론 대의제 민주주의에 위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투표를 통해 다수결로 한 방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이 시스템이 맞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죠.”
지난해 12월 26일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된 이후 황 감독이 국내 언론과 만난 건 이번이 처음. 시즌2에 대해 호불호가 갈린 점을 의식한 듯 그는 1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에서 말을 조심히 고르면서도 현안에 대해선 거침없이 의견을 쏟아냈다.
그는 시즌2에 공개 이후 소감을 묻자 “왕관의 무게를 느꼈다”며 “기대와 우려가 모두 교차하는 작품이라 공개 후부터 떨리는 마음으로 작품 공개 후 반응을 지켜봤다”고 했다.
“아쉽다는 반응을 보면서 뭔가 부족했나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분들 반응도 보고 시청시간도 잘 나와서 다행입니다. 한국엔 우울한 일들 투성인데 새해 연말에 좋은 소식 들려줘서 감사하죠.”
그는 평범한 소시민이자 선량함을 간직한 인물이었던 기훈(이정재)이 시즌2에서 진중한 성격으로 변한 점에 대해 “‘돈키호테’ 같은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 어림도 없지만 풍차를 부수려고 달려드는 ‘돈키호테’의 모습과 기훈의 반란이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사람을 믿고,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결심한 사람이 세상에 부딪히면서 스스로 망가져 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며 “기훈은 점점 게임을 끝내겠다는 목표에 사로잡혀서 원래 자기가 가진 신념과 가치를 조금씩 잃어간다. 결국 ‘작은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이 게임을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타락하고 망가진다”고 했다.
새로운 게임을 만든 점에 대해선 “시즌1을 만들 때 탈락한 게임 리스트를 다시 뒤져봤다. 공기놀이, 제기차기, 비석치기 등이 하나만 놓고 보면 너무 단순한 게임 같아 5인 6각 5종 경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특히 동요 ‘둥글게 둥글게’와 함께 진행되는 짝짓기 게임에 대해서는 “단순하면서도 되게 잔인한 게임”이라며 “껴안을 때는 유대감을 주지만, 누군가를 떼어내 강한 아이들끼리 그룹을 지으면 박탈감과 패배감을 주는 묘한 놀이라 꼭 세 번째 게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타노스를 연기한 그룹 빅뱅 출신 탑(최승현)의 캐스팅 논란에 대해선 “오디션을 오래 진행하고도 타노스에 맞는 배우를 찾지 못했고, 누군가 가져온 리스트에 이름이 있어 제작사를 통해 연락했다. 대마초로 모든 것을 그만둔 친구가 자신과 너무 닮은 역할을 맡는 것을 오래 고민한 것 같다. 이후 오디션 겸 대본 리딩을 하면서 가능성을 좀 봤다”고 했다.
특전사 출신 트랜스젠더 현주(박성훈)가 고(故) 변희수 하사를 비롯한 미국의 트랜스젠더 군인 사례들이 모티브가 됐다면서 “현주란 인물은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 현주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성소수자를 보는 관점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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