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훈의 ‘양심’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도망가지 않고 회피하지 않고 행동하는 인물요.”
‘오징어 게임’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주인공 기훈으로 출연한 배우 이정재(53)는 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곰곰이 생각하다 이렇게 말했다. 기훈처럼 어리숙하지만 선의를 지닌 인물이 한국 사회에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는 “양심 지킨다는 게 어떻게 보면 쉬운 일이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그런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 나만 숨기면 그 상황을 모면하거나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답답한 구석도 있지만 세상에 기훈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된 뒤 국내 언론과 처음 마주한 이정재는 이날만큼은 시즌1의 기훈처럼 밝고 해맑은 분위기가 역력했다. 시즌2에서 시종일관 무거운 표정이던 기훈의 짐을 잠시 내려놓은 느낌이었다.
그는 ‘시즌2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고 묻자 “중간 채점 받는 느낌이라 차라리 다행”이라며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변명하거나, 작품 의도를 설득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시즌3가 공개되면 많은 분의 의구심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시즌1과 시즌2의 연기 톤이 달라졌다는 평가에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이정재는 “시즌1 후반부에서 보여줬던 ‘빨간 머리’ 기훈을 토대로 시즌2의 기훈을 발전시켰다”며 “시즌1의 게임이 끝난 뒤 기훈은 이미 전과는 아예 다른 사람이 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러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기훈이 가장 안쓰러웠어요. 목적을 이룬다고 해도 다시 과거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연기하면서 너무 짠하더라고요.”
시즌2를 촬영하며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론 처음 촬영 세트장에 들어갔을 때를 꼽았다. 그는 “녹색 운동복을 입고서 잡은 세트장 문을 바로 열질 못했다”며 “마치 세트장 안에 들어가는 게 시즌1 때의 지옥 같은 상황으로 되돌아가 연기하는 것 같아서 부담이 됐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세트장 출입문) 손잡이를 잡고 6, 7초간 망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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