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2’ 황동혁 감독
“탄핵으로 갈라진 세상서 서로 싸워… 작품속에 현실 반영하려 했는데
현실이 드라마를 점점 닮아 섬뜩… 기훈은 세상 바꾸려는 돈키호테”
※이 기사에는 ‘오징어 게임 2’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탄핵 찬성편과 반대편 사이에 경찰이 금을 그었다고 하더라고요. ‘오징어 게임’ OX 게임 뒤 숙소에서 선 긋고 싸우는 모습과 비슷해 소름이 끼쳤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1·2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54)은 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탄핵 찬반을 두고 갈라진 한국의 모습이 ‘오징어 게임’과 겹쳐 보였다고 한다. 그는 “작품에 현실을 반영하고 싶었는데 현실이 점점 그쪽으로 가고 있다”며 “무섭고 슬프고 섬뜩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12월 26일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된 뒤 황 감독이 국내 언론들과 만난 건 처음이다. 그는 시즌2 공개 소감을 묻자 “왕관의 무게를 느꼈다”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작품이라 떨리는 마음으로 반응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솔직히 조금 더 응원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도 했다.
황 감독은 평범한 소시민이자 선량함을 간직한 인물이던 기훈(이정재)이 시즌2에서 이른바 ‘반란’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 “돈키호테 같은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며 “어림도 없지만 풍차를 부수려고 달려드는 돈키호테와 기훈의 반란이 비슷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지만 중간중간 코미디 요소를 넣은 건 “찰리 채플린(1889∼1977)처럼 힘든 순간에 웃긴 장면을 녹이고 싶었다”고 했다.
시즌2에 한국의 어린 시절 놀이인 공기나 비석치기 등에 ‘5인 6각’을 결합시킨 게임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선 “시즌1을 만들 때 제외한 게임 리스트를 다시 뒤져봤다”며 “공기놀이, 제기차기, 비석치기 등이 하나만 놓고 보면 너무 단순한 게임 같아 5인 6각의 5종 경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황 감독은 동요 ‘둥글게 둥글게’와 함께 진행되는 짝짓기 게임은 “단순하면서도 잔인한 게임”이라며 “껴안을 때는 유대감을 주지만, 누군가를 떼어내 강한 이들끼리 편을 지으면 박탈감과 패배감을 주는 묘한 놀이라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5일(현지 시간) 열리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TV드라마상 후보에 올랐다. 시종일관 진지했던 황 감독은 수상 가능성을 묻자 그제야 미소를 보였다.
“작품을 시즌2와 시즌3로 나눌 때부터 마음은 비웠어요. 하지만 주신다면 미친 듯이 (신나서) 받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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