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남성이 지난 삶을 되짚으며 관계의 회복과 사랑을 그린 스웨덴 장편소설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리사 리드센 지음·손화수 옮김·북파머스)이 최근 출간됐다.
보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의 향기를 보관하려고 스카프를 병 속에 넣어둔다. 하지만 병뚜껑을 열기도 어려워 요양보호사에게 부탁해야 한다. 뻣뻣하게 굳은 손가락, 여름이 가까워도 추위를 느끼는 몸, 잠자다 옷에 소변을 보기도 하지만 기저귀는 차고 싶지 않은 심정 등 나이 들어 겪는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보는 자신이 눈을 감기 전 반려견을 다른 곳으로 보내려는 아들에게 분노한다. 자연스레 아들이 어릴 때부터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자신이 어떤 아버지였는지 생각한다. 자신의 아버지와 등돌리며 살았던 보는 사이가 좋지 않은 아들과의 관계를 조금씩 회복해 나가려 애쓴다.
이야기는 보의 시선에서 펼쳐진다. 요양보호사가 작성한 보의 식단과 건강 상태 등이 사이사이 배치돼 상황을 객관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인생과 가족의 의미, 나이 들면서 겪는 몸과 마음의 변화, 존엄성을 지키며 마무리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저자 리사 리드센의 데뷔작으로,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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