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상 매체와 디지털 기기를 어릴 때부터 접했던 한국의 20, 30대 미술가들이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미디어 작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작가들은 독특한 서사, 화려한 화면 효과 혹은 편집 기술로 작품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송예환 작가는 영상을 설치하는 방식을 다르게 해 주목받고 있다. 송 작가가 8일 개막한 서울 강남구 지갤러리의 개인전 ‘인터넷 따개비들’과 미술관 송은의 ‘제24회 송은미술대상전’(지난달 17일 개막)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따개비들’을 비롯한 작품들은 얼핏 보면 조그마한 전광판이 다닥다닥 모여 영상을 송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영상은 천정의 빔프로젝터에서 투사된 것이고, 전광판처럼 보이는 패널은 종이를 조립해 만든 조각이다. 웹 디자이너로도 일했던 작가가 온라인 공간을 코딩으로 만들었던 경험을 살려 오프라인 공간에서 종이를 차곡차곡 쌓고, 영상의 위치를 계산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6일 만난 송 작가는 “웹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및 사용자 경험(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개발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정말 사용자를 친구처럼 위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내 작품은 온라인 플랫폼이 정한 방향대로 세상을 보고 물건을 구매하는 인터넷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정보의 바다’라는 말처럼 인터넷 공간을 물에 비유하는 데서 착안해 작품에 ‘따개비’나 ‘소용돌이 치는 물’ 같은 형태를 차용한다. 그러나 그것을 구성하는 종이 조각은 격자무늬에 갇혀 자유롭기보다는 꽉 짜였고, 체계적이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사람의 손 모양, 입술에서 나온 말이 미끄러져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는 영상을 담아 작가의 문제의식을 표현했다.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젊은 모색’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지갤러리와 미술관 송은의 전시는 각각 2월 15일, 2월 22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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