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드러낸 ‘프런트맨’역 이병헌
“하나의 얼굴에 모두 담으려 고심
황동혁 감독과 ‘감정선’ 조율 노력”
“황인호, 프런트맨, 오영일. 3가지 캐릭터를 두고 나 자신과 끊임없이 싸웠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프런트맨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55)은 8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연기에서 가장 힘든 점을 묻자 한참을 생각했다. 촬영할 때마다 늘 부인을 잃고 좌절한 형사 ‘황인호’와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은 채 잔인한 게임을 진행하는 ‘프런트맨’, 001번으로 잠입해 다른 참가자들과 만나는 ‘오영일’의 마음을 함께 얼굴에 담는 과정을 고심했다고 한다.
“둥글게 둥글게 짝짓기 게임이 기억에 남아요. 2명이 짝을 짓는데 정배(이서환) 앞에서 다른 사람을 죽이거든요. 그 순간 제 얼굴에 그 모든 캐릭터의 모습이 겹쳐지길 바랐습니다.”
1991년 데뷔 뒤 ‘공동경비구역 JSA’, ‘달콤한 인생’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병헌에게도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얼굴을 가린 채 가끔은 대역을 썼던 시즌1과 달리, 정체를 드러내면서도 감정을 응축해 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표면적으로 프런트맨은 기훈(이정재)이 인간 본성이 ‘쓰레기’라는 걸 깨닫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한편으론 자신과 다르게 신념을 지키려는 기훈에게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더 깊은 내면에선 기훈의 생각이 맞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가 프런트맨의 정체를 알고 있는 상황도 그가 연기에서 고민한 지점. 시즌1에서 오일남(오영수)은 정체가 극 후반부에 밝혀지며 큰 반전을 선사했다. 반면 시즌2에선 참가자들과 달리 시청자들은 프런트맨이 누구인지 정체를 알고 있다. 이병헌은 “시청자와 내가 ‘은밀한 계획’을 함께 이뤄야 했다”며 “황동혁 감독과 내가 드러내야 하는 ‘감정선’을 끊임없이 조율했다”고 말했다.
2009년 영화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에 악당 닌자로 출연하는 등 미국 할리우드 작품에 여러 번 출연한 이병헌도 ‘오징어 게임’ 마케팅 과정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처음 작품을 찍은 뒤 ‘세상에 날 모르는 사람이 없겠다’ 싶었는데 아무도 못 알아봤다”면서 “시즌2 홍보를 위해 해외를 돌아다니며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팬들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며 웃었다.
“시즌2에선 ‘영웅 놀이는 끝났나’라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대의를 위해 작은 걸 희생하자고 말하는 기훈을 바라보는 제 눈빛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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