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사진작가가 기름때에 전 목장갑, 벽에 걸린 빨래집게 등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포착한 흑백 사진과 글을 담은 포토에세이 ‘직조’(궁편책)를 최근 출간했다. 책 제목은 기계나 베틀로 천을 짜는 일인 직조(織造)와 곧바로 비춘다는 뜻의 직조(直照)를 아우른 것으로, 빛과 그림자로 짜인 이 작가의 사진이 일상을 곧게 비춘다는 의미를 담았다.
책에는 서울 을지로의 한 벽에 걸린 낡은 빗자루와 대걸레,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주름진 손, 오래된 주택과 아파트가 공존하는 인천 산곡동, 오징어를 나란히 널어 말리는 제주 차귀도 등이 담겼다.
서울 북악산에서 이른 아침에 찍은 전망 사진은 고층 빌딩과 산이 겹겹의 층을 은은하게 만들어낸 풍경을 보여준다. 고요한 수묵화 같은 모습은 서울의 신선한 이면을 확인시켜준다. 서울 을지로 골목의 오토바이를 찍은 사진에 대해 우체국장인 이 작가는 “오토바이를 모는 집배원들을 생각하면 추워도 걱정, 더워도 걱정, 비가 와도 걱정, 눈이 와도 걱정이다”라고 썼다.
이 작가는 “좋은 사진이 꼭 유명한 장소에서 나오란 법은 없다”고 말한다. 책은 전시실처럼 구성해 각 장을 1전시실-점선, 2전시실-평행선 등 주제를 정해 전시를 관람하듯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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