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수미’(김수미)는 아들 ‘현준’(신현준)에게 시도 때도 없이 욕설을 퍼붓는다. 반찬 투정하는 현준의 뺨을 때리고 “한심하다”, “그만 처먹어”라 쏘아붙인다. 하지만 ‘욕쟁이 할머니’의 독설을 봐도 왠지 얼굴이 찌푸려지진 않는다. 오히려 그 푸근함에 ‘풋’ 실소가 터져 나온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귀신경찰’은 경찰 현준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작품이다. 한때 강력계 형사였지만 지구대에서 일하는 현준은 그야말로 집안의 골칫덩이다. 엄마한텐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도 정신 못 차린다”며 못난 아들이라 구박 당한다. 고등학생 딸과는 사소한 일조차 소통하지 못하고 ‘꼰대’ 취급 받는다. 그러던 현준은 어느 날 갑자기 벼락을 맞고 다른 이들의 속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얻으며 사건 사고가 이어진다.
‘귀신경찰’은 경찰과 조폭의 대결처럼 클리셰(진부한 설정)가 가득하다. 과장된 동작이나 소리로 웃음을 유발하는 ‘슬랩스틱’도 뻔하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풀어낸다는 장점을 지녔다. 가족과 화해하는 과정을 웃음과 함께 담아내, 설 연휴 영화관을 찾을 때 남녀노소 부담없이 고를 수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10월 세상을 뜬 배우 김수미(1949~2024)의 연기가 감칠맛을 더한다. 드라마 ‘안녕, 프란체스카’, 영화 ‘가문의 영광’에서 욕쟁이 할머니 역을 찰지게 연기했던 고인은 신작에서도 실감 나게 괄괄하면서도 푸근한 어머니 역을 안성맞춤으로 소화했다. 드라마 ‘전원일기’(1980∼2002)에서 젊은 나이에 60대 노인인 ‘일용 엄니’를 맡아 한땐 “억울하다”고 하소연까지 하던 고인은 유작에서도 우리 시대 ‘엄니’를 실감 나게 그려냈다.
모자(母子)의 ‘티키타카’도 매력적이다. 주연을 맡은 두 배우는 관객 200만 명을 동원했던 영화 ‘맨발의 기봉이’(2006년) 때처럼 환상의 호흡을 펼친다. 고인과 진짜 모자처럼 친하게 지내왔다는 신현준은 13일 간담회에서 “영화관에서 엄마(김수미)랑 함께 있는 포스터를 보는 순간 너무 먹먹해졌다”며 “‘귀신경찰’은 어머니가 저희에게 남겨준 마지막 선물”이라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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