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적 사고’ 비결?…“이 책 몇줄 읽으면 세상에 화낼 일 없어”[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30일 11시 00분


책 ‘초역 부처의 말’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일을 하다보면 힘에 부치는 순간들이 분명 오는데 그럴 때 이 책 몇 소절을 다시 읽으면 세상에 화낼 일이 없어요. 화가 날 때 집에 가서 이 책을 읽으면 화를 가라앉히고 내일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돼요.”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 2024.11.24/뉴스1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15일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한 말이다.

장원영이 읽은 책은 ‘초역 부처의 말’(코이케 류노스케 지음·박재현 옮김·포레스트북스)로, 부처의 말을 현대어로 이해하기 쉽게 풀이했다. 장원영은 “(책에) ‘집착하지 마라. 세상만사에 집착하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는데 집착하는 순간 고통을 낳아서 힘들어진다. 마음의 불씨를 꺼트려라’는 내용이 나온다. 되게 인상 깊게 읽었다. 너무나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은 평소 인문 고전 등 책을 꾸준히 읽어 깊이 있는 어휘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방송 직후 책 판매량은 급증했다. 교보문고는 방송 후 일주일간 책 판매량이 전주에 비해 76배 늘었고, 예스24는 51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비롯해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이 책을 만든 서선행 포레스트북스 편집이사(48)를 서울 영등포구 포레스트북스 출판사에서 23일 만났다. 서 이사는 “큰 새해 선물을 받았다.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앨범을 사고 평생 팬이 돼 응원하겠다”며 웃었다.

유명인, 특히 아이돌 스타가 언급한 책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방송 후 2주일도 안 돼 3만 권이 나갈 정도로 판매량이 급증한 건 이례적이다. 지난해 5월 출간된 이 책은 연말까지 7만 권이 판매됐고, ‘장원영 효과’가 더해져 10만 권을 넘겼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초역 부처의 말’ 책표지.                                                 포레스트북스 제공
‘초역 부처의 말’ 책표지. 포레스트북스 제공

“유명인이 책 내용 중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언급하면 파급력이 커지는 것 같아요. 장원영 씨가 ‘집착이 고통을 낳는다, 마음의 불씨를 꺼트려라’는 내용을 짚으며 힘을 얻는다고 말한 게 많은 분들의 마음에 닿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무슨 책을 만드는지 관심 없던 중학생 아들이 ‘장원영님이 읽은 책을 엄마가 만들었어?’라고 묻더군요. 장원영 씨의 영향력을 또 한번 실감했습니다.(웃음)”

포레스트북스는 마케팅을 잘하는 출판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장원영 씨가 책을 언급한 게 고도의 마케팅이냐’는 질문도 꽤 받았어요. 전혀 아닙니다. 연락처는 물론이고 책을 보낼 주소도 몰라요. 집에서 ‘유 퀴즈…’를 TV로 보면서 MC 유재석 씨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을 묻는 걸 보고 ‘어느 출판사 잭팟 터지겠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장원영 씨가 ‘초역 부처의 말’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은 “일상 생활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그에 감사한다”고 말한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서 이사는 초긍정 마인드를 뜻하는 ‘원영적 사고’라는 말을 탄생시킨 장원영이기에 영향력이 더 큰 것 같다고 했다. 장원영은 “완전 럭키비키잖아”라는 말도 유행시켰다. 공연을 하러 스페인에 갔을 때 유명 빵집에서 줄을 섰는데 그의 순서 앞에서 빵이 다 팔렸다. 새 빵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 장원영은 “갓 나온 빵을 먹을 수 있게 됐네. 완전 럭키비키잖아”라고 했다. 자신의 영어 이름 ‘비키’ 앞에 행운을 뜻하는 ‘럭키’를 붙인 것. 낙담하거나 짜증내지 않고 창의적인 긍정성을 발휘하는 그의 태도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초역 부처의 말’은 서 이사가 발굴했다. 그는 쇼펜하우어 이후 독자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질지 고민했다.(쇼펜하우어 열풍을 일으킨 책 중 하나로, 18만 권이 판매된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2023년)도 그가 만들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동양 철학과도 연결되기에 동양 철학이 부상하겠다고 예상했습니다. 동양 철학의 끝판왕은 부처라고 생각했죠. 쇼펜하우어가 부처의 말에 심취했다는 점도 떠올렸고요.”

그는 국내외에서 부처에 대해 쓴 책을 찾기 시작했다. “책은 나라별로 매우 많았어요. 하지만 저자가 불경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이가 일본 작가 코이케 류노스케였다.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생각 버리기 연습’, ‘화내지 않는 연습’ 등을 쓴 그는 한 때 승려로 지냈다. ‘초역 부처의 말’은 2011년 일본에서 출간돼 30만 권이나 팔렸다.

“저자가 ‘생각 버리기 연습’을 썼다는 것과 연결짓지 않고 책 내용만 봤습니다. 아주 쉽게 써서 이해하기 수월했어요. 현대어로 풀어 쓰려면 불경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잘못 해석하면 안 되는데, 이 책은 그걸 다 갖췄어요. 깊이도 있고요. 일본에서 10여 년 전에 나왔지만 메시지가 한국 독자에게 충분히 다가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 책은 국내 한 출판사에서 과거 출간했지만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고 한다. 판권은 높지 않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출판사 내부에서 “종교적 색채가 강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서 이사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으로 봐야 한다.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증명된 내용이다”라고 설득했다. 출간이 확정된 후 책 띠지에 ‘인지과학이자 심리학이자 마음의 훈련 방법’이라고 쓴 것도 이 때문이다. 천주교 신자인 서 이사는 “모태 신앙으로, 결혼식도 성당에서 했다. 종교와 관계없이 부처의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책은 출간 후 바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특히 20, 30대에서 관심이 높았다. “불교가 젊은층에게 힙하게 인식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뉴진 스님(개그맨 윤성호)도 큰 인기를 얻고 있고요. ‘유 퀴즈…’ 방송 후 출판 에이전시에서 ‘장원영 씨가 일본에서 인기가 많아 일본 독자들도 다시 책에 관심을 가질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서 이사는 독자들의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해 예능, 드라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등을 꾸준히 본다. “화제가 되는 콘텐츠는 장르에 상관없이 봅니다.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생각하면서요.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건 기본값으로 두고 책을 만들고 있어요. 영상이 보기 쉽고 편한 건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활자를 선택하게 만드는 책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싶습니다.”

■‘초역 부처의 말’(2024년·포레스트북스)은….

도쿄대에서 서양철학을 공부하고 승려로 지내기도 했던 일본 작가 코이케 류노스케가 불경을 현대어로 쉽게 풀어 썼다. 저자가 ‘들어가는 글’에서 “학문적인 의의나 심오함, 공부에 목적을 두고 읽는다면 실망할지 모른다”고 밝혔듯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불경에서 190개 구절을 뽑아, 화를 잠재우고 세상의 잣대에 흔들리지 않는 방법 등을 담았다. 12개 주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비교하지 않는다 △바라지 않는다 △선한 업을 쌓는다 △친구를 선택한다 △행복을 안다 △자신을 안다 △몸을 바라본다 △자유로워진다 △자비를 배운다 △깨닫는다 △죽음과 마주한다로 구성했다.

자신에 대한 험담을 듣고 상처받았다면, 험담은 옛날부터 쭉 있었고 세상에서 험담을 듣지 않는 이가 없다는 걸 떠올리며 흘려버리라고 말한다. 누군가와 다툼이 생길 것 같으면 자신도 상대방도 결국은 다 사라진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좋다.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교만함을 내려놓으면 생각과 다른 현실에 직면할 때마다 화낼 이유가 없어진다.

성과, 음식, 자식 등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언가에 집착하는 순간 불안하고 고통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오감과 의식은 욕망과 화라는 불길에 활활 타오른다. 좌선으로 이 불길을 끄면 마음과 몸의 평온함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손에 상처가 없으면 독이 침투할 수 없는 것처럼 마음에 악업이라는 상처가 없는 사람에게는 비난, 중상 등이 침투할 수 없다. 자신보다 성격 좋은 친구를 사귀되, 그런 사람이 없다면 혼자 지내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게으름을 피우고 싶거나 불안을 느끼는 등 자신의 내면이 어떤 상태인지 늘 의식하고 알아차리면 혼란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

세상살이에 지치고 상처받는 이들에게 평안을 찾는 방법을 무겁지 않게 알려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초역 부처의 말#장원영#포레스트북스#베스트셀러#럭키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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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5-01-30 13:02:06

    부정선거에 가눌 수 없는 화가 솟구치구 있다 언론에서 특히 똥아에서 음모론으로 모는걸 보면 언론을 불태우고 싶다 거짓말에 익숙한 효림에 입장에선 화낼 이유가 없겟지 하하..

  • 2025-01-30 16:28:11

    부정선거론자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 2025-01-30 16:41:50

    "친구여, 이 한길 육체에 세계가 있고 세계의 흥망성쇠가 있노라." 싣닷타 고따마 부처(상윳따 니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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