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탄생 200주년을 맞아 19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빈 ORF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올해 빈에선 ‘왈츠의 왕’ 슈트라우스를 기리는 콘서트와 전시 등 각종 이벤트가 다채롭게 열린다. 빈=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좋은 저녁입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아버지! 좋은 아침입니다. 슈트라우스 아들!”
1844년 10월 19일 유머 작가 프란츠 비스트가 오스트리아 신문 ‘데어 반데러(Der Wanderer)’에 남긴 논평이다. ‘왈츠의 왕’으로 유명한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1825∼1899)가 빈 인근에 있는 도박장 겸 무도회장인 돔마이어(Dommayer)에서 데뷔 공연을 치른 직후에 나왔다. 슈트라우스 2세가 역시 유명 작곡가였던 아버지 슈트라우스 1세(1804∼1849)를 넘어서는 작곡가가 될 것이란 전망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실은 슈트라우스 2세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작곡가가 됐다. 아버지는 아들이 불안정한 음악가 대신 은행원이 되기를 바랐다. 아들이 바이올린을 배우자 손찌검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 안나는 아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물심 양면으로 지원했다. 결국 슈트라우스 2세는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봄의 소리’ 등을 작곡하며 영원불멸한 전설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탄생 200주년 축제에 빠진 빈
슈트라우스와 역시 작곡가였던 두 동생의 삶을 담은 상설 추모공간 ‘하우스 오브 슈트라우스’. 빈=사지원 기자 4g1@donga.com2025년은 오스트리아에 특별한 해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되기 때문이다. 18일(현지 시간)부터 방문한 그의 고향 빈은 ‘국민 음악가’를 위한 각종 행사들로 떠들썩했다. 빈 관광청 등 정부기관은 물론이고 공연장이나 박물관이 모두들 기념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했다.
탄생 200주년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로날트 가이어 예술감독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왈츠와 빈, 삶의 즐거움을 상징한다”며 “올해 페스티벌은 왈츠의 왕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고 관객들이 슈트라우스에 흠뻑 빠져들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빈에서만 1년 내내 69곳에서 400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공연 및 행사들이 이어진다.
19일 오전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열린 콘서트 ‘요한 슈트라우스 1900을 기리며’는 그 서막을 알리는 축포와도 같았다. 슈트라우스를 사랑하는 빈 시민들의 열기가 오롯이 느껴졌다. 입석 300석을 포함한 2000여 석이 빈자리 없이 가득찬 공연장은 수십 개의 황금빛 여신상으로 장식된 벽과 발코니에 둘러진 붉은 양탄자로 ‘왕의 귀환’을 알리는 듯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세계적 여성 지휘자 옥사나 리니브의 지휘에 맞춰 시작된 오케스트라 연주는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완벽함 자체였다. 특히 연말 가면 무도회가 배경인 오페레타 ‘박쥐’의 삽입곡 ‘나는 손님 초대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연주는 클라리넷과 플루트의 발랄한 음색이 관중들을 사로잡았다.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와 독일 황제 빌헬름 2세의 우정을 기념해 만든 ‘황제 왈츠’는 높이가 17m에 이르는 거대한 홀을 가득 채우며 울려퍼졌다. 슈트라우스 2세의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봄의 소리’로 공연이 마무리되자 자연스레 관객석에선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선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탄생 200주년 기념 행사가 활기차게 열리고 있다. 빈 ‘극장 박물관’ 기념 전시. 빈=사지원 기자 4g1@donga.com지난해 12월 4일 개막한 빈 극장 박물관(Theater Museum) 특별전 역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생애를 다채롭게 다뤘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도 친숙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잔잔하게 흐르는 전시 도입부는 슈트라우스 일가족이 주고 받았던 편지와 그들의 악보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슈트라우스 2세가 전 러시아 황제에게서 선물 받았던 ‘타이핀’ 등 평소 마주하기 어려운 유물들도 전시됐다.
21일(현지 시간) 미라지 극장에서 열린 슈트라우스 디너쇼. 빈=사지원 기자 4g1@donga.com21일 미라지 극장에서 열린 ‘슈트라우스 디너쇼’는 자국의 국민 음악가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체험하기에 충분한 자리였다. 30여 개의 원형 테이블은 주로 가족 단위로 참석한 이들로 채워졌는데, 아르헨티나와 일본 등 먼 나라에서 발걸음한 관광객들도 적지 않았다.
이 행사의 백미는 연주자 20여 명이 선보인 플루트와 바이올린, 드럼 등의 소리가 어우러지는 시간이었다. 약 2시간 동안 익숙하고 세련된 슈트라우스 곡들을 감상하며 저녁 시간을 만끽하도록 구성됐다. 베른하르트 하벨 마케팅 담당자는 “슈트라우스를 잘 모르는 이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곡 위주로 구성했다”며 “슈트라우스 2세가 탄생 200주년을 맞은 만큼 빈의 특별한 공연들이 여러분을 기다릴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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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31 11:10:52
이런나라가 있는가하면 1년 365일 특검과 탄핵과 온갖 선동과 국개들의 자기선전 남발로 해가 뜨고지는 이런 개같은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 정치 언론 정치꾼들 정말 개보다 못하다
2025-01-31 06:41:48
국가예산 얼마나 투입이 되었을까 궁금하네. 남나라 부럽게 만드는게 목적이 아니라면 저런 1년 행사를 하기 위해, 어떤 과정이 있고 어떻게 자금들이 마련되는지도 함께 알려주면 좋지 않을까요?
2025-01-31 15:45:39
역시 예술을 사랑하는 나라입니다. 나라 자체가 동화 같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