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옷을 차려입고 머리를 곱게 땋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땅바닥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어린이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떤 놀이인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공기놀이를 하는 걸까요? 팽이를 돌리는 걸까요? 당시 사진기자는 아이들이 즐기던 놀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나 봅니다. 어떤 놀이인지 사진설명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사진 설명과 함께 아이들의 옷과 몸에 드리운 그림자는 반대편에 따뜻한 태양이 비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각자 따로 추운 겨울 바깥에 나와 햇볕을 쬐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실렸던 백년 전 사진을 살펴보는 이번주 ‘백년 사진’에서 고른 사진은 1925년 1월 29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사진입니다.
귀여운 모습입니다. 내친 김에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릴 적 놀이를 동아일보 DB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아래 사진이 익숙하시다면 여러분은 아마 나이가 50은 넘으셨을 겁니다. 그 놀이를 하러 나간다고 할 때, 그리고 늦게까지 놀다 들어왔을 때 여러분의 부모님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요?
최근 한국의 드라마 제작자들은 사라졌던 전통 놀이를 스토리텔링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각종 전통 놀이가 생존 게임으로 바뀌면서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시즌 2까지 흥행에 성공한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딱지치기 한 판으로 승패를 가르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구슬치기의 묘미는 긴박한 심리전으로 재구성되고, 팽이치기는 화려한 특수 효과를 더해 액션 장면으로 변모합니다. ‘둥글게 둥글게’가 생과 사를 가를 수 있는 인생사의 한 장면이라는 것도 알려 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릴 적 놀던 놀이가 요즘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되고 그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현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말을 붙여도 이제는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된 걸까요? 한때 딱지와 구슬에 모든 것을 걸었던 유년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카메라 출동] 광화문도로공원 새놀이터…동심이 먼저찾아 - 도심 한 가운데 돌벤치가 있는 도로공원이 생겼다. 세종로 대한교육보험이 마련한 이 휴식터는 황금같은 도심지 1백평의 공간을 활용, 바닥에 일일이 홍은석을 깔고 긴돌벤치 12개를 설치해 오가는 시민들이 담소를 즐기며 쉬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아직 채 마무리작업이 끝나지 않은 이 공원이 생겨나기가 무섭게 줄넘기를 하며 뛰노는 하학길의 어린이들의 모습이 마냥 즐겁게 보인다. 그러면서도 뛰어 놀 곳이 얼마나 없었던가를 느끼게도 한다. 1980년 10월 17일 동아일보 DB.
잘 논다는 것이 지금의 개념으로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 또는 핫플레이스를 여기저기 둘러보는 것이라면 옛날에는 팽이치기, 공기놀이, 고무줄 놀이, 딱지치기 뭐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제 유년시절이라고 해 봐야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이니 사실 전통 놀이에 사용할 노리개들을 문방구점에서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리개의 양과 질에서 선수(?)별로 차이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딱지치기를 한다치면, 신문지로 만든 딱지보다는 마분지 재질의 딴딴한 과자 박스로 만든 딱지의 경쟁력이 높았습니다. 구슬도 개수를 많이 갖고 있는 아이가 베팅이나 경기 참여 횟수가 많기 때문에 더 많은 구슬을 딸 확률이 높았습니다. 팽이도 가격대별로 크기와 회전 안전성에 차이기 있었습니다. 물론 팽이를 완벽하게 만드는 삼촌이 있다면 그 친구는 놀이터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놀이 도구를 준비하는데 드는 비용은 아주 크지 않았고 일단 준비가 끝나면 도구가 주는 변별력은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집중력과 기술이 중요했고 그 능력은 노는데 투입한 시간에 비례했습니다. 나름 공정한 게임이 펼쳐졌었습니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즐기는 놀이였기에 소통과 상호작용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전통 놀이는 이제 세대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중장년층에게는 잊고 있던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놀이들이 콘텐츠로 진화하며 한국적인 정서를 전 세계에 알리는 매개체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은 100년 전 설날 즈음 흙바닥에 앉아 놀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에서 시작해, 잊혀질 뻔했다 오히려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수도 있는 우리의 전통 놀이 사진을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사진에서 어떤 점이 보이시나요? 그리고 댓글로 여러분의 경험을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2025-02-02 01:18:55
저도 모르게 웃음짓게 만드는 아련한 사진이네요, 내어주어 감사합니다. 그 와중에 저 줄넘기 4인 포즈에 절도가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