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서 잤고 우리는 많이 사랑했다 신비로움에 대해 말해봐 신비로워서 만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숙희는 말했다
눈이 내렸을까 모르겠다 신비로워서 만질 수 없는 것을 나는 모른다 두부 속에 눈이 멈춘 풍경이 있다고 두부 한 모에 예배당이 하나라고
사랑하면 두부 속에 있는 느낌이야 집에 두부가 없는 아침에 우리는 이별했다
숙희도 두부를 먹었을까 나는 두부를 먹었다
몸 깊은 곳으로 소복소복 무너지는
이별은 다 두부 같은 이별이었다 (하략)
―여성민(1967∼ )
언젠가는 시에 등장하는 음식들만 가지고 책을 쓰고 싶다. 나이가 들어 혀가 무뎌지면 글로 음식을 맛보리라. 이런 생각으로 시를 모으는데 제일 많이 등장하는 음식은 ‘국수’다.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그 유명한 백석 시인의 국수요, 몸과 마음이 헛헛할 때 찾는 것은 이상국 시인의 국수다.
국수만큼 많이 등장하는 시인의 음식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두부’다. 먹다가 목이 메는 것은 송찬호 시인의 두부이고, 강한 척 견디는 ‘두부 인간’은 이영광 시인의 것이다. 두부 음식이 다양하듯 두부의 시 또한 여럿이라는 것은 얼마나 흥미로운가.
시적인 두부의 하위 항목으로 오늘은 ‘이별의 두부’를 소개한다. 두부는 참 부드럽다. 단단해 보이지만 그것은 무너지기 쉽다. 시인은 소복소복 무너지는 두부가 꼭 헤어진 마음 같다고 말한다. 두부가 무너지면 그 안에 있는 세계도 무너진다. 두부 안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던 연인은 헤어지고 말리라. 드라마를 보면 교도소 앞에서 두부 먹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출소의 두부’에 머물러 있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우리의 두부는 이토록 다양한데.
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2025-01-31 22:06:07
좋네요 어지러운 세상인데.. 국힘 의원들만 두부 같은 존재라고 욕 했거든요 ( 무기력하고 암것도 안 하는 물컹한 ~ㅎ) 근데 이처럼 결이 다른 두부 존재가 시로 있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