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별 표지 에디션을 새롭게 선보인 김애란 작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 문학동네 제공
“(해당) 도서는 (표지가) 랜덤으로 발송됩니다.”
지난해 교보문고가 선정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에 올랐던 김애란 작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문학동네). 최근 이 책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위와 같은 문장이 뜬다. 지난해 8월 첫 출간된 이 소설은 지난해 말부터 새로 만든 표지가 3종류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마치 아이돌 음반에 멤버별 포토 카드가 랜덤으로 든 것처럼, 소설 속 주요 인물(소리와 지우, 채운)별로 ‘스페셜 에디션’을 만들었다.
기존에 있던 책의 표지나 제본 방식을 바꾸는 건 출판계에선 흔한 일이다. 가령 판매 10만 부 돌파 같은 특별 이벤트가 있을 때 등장하는 고전적 마케팅이다. 하지만 최근엔 출간 1년도 안 된 책들의 표지 등을 새로 바꾸는 ‘리커버(re-cover)’ 트렌드가 서점가에서 불고 있다. 특정 지역 한정판이거나 서점마다 표지가 다른 경우도 있다.
전북 군산에서만 파는 ‘군산 특별판’을 만든 조예은 작가의 ‘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제공조예은 작가의 호러 소설 ‘적산가옥의 유령’(현대문학)은 출간 2개월 만에 ‘군산 특별판’을 새롭게 내놓은 경우다. 말 그대로 전북 군산 시내 서점에서만 판다. 지난해 6월 출간된 소설은 작가가 군산에 있는 ‘히로쓰 가옥’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점에 착안해 이런 에디션을 내놓았다. 서점 관계자는 “수량이 적다 보니 군산 특별판을 사려고 멀리서 군산을 방문하는 독자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서점별로 각각 리커버를 만든 데니스 뇌르마르크의 ‘가짜 노동’. 자음과모음 제공서점별로 자체 표지를 만드는 경우도 보편화되고 있다. 교보문고의 ‘리커버: K’와 예스24 ‘예스리커버’, 알라딘 ‘본투리드 프로젝트’ 등이 자체적으로 만든 리커버 브랜드들. 예를 들어 노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가짜 노동’(자음과모음)은 온라인 서점마다 표지가 다르다.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이야기장수)는 예스24에서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 실린 표지의 책을 살 수 있다. 예스24 측은 “해마다 진행하는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 기념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리커버를 통해 구매 연령층의 확장을 시도하기도 한다. 스테디셀러인 ‘벌거벗은 한국사’(프런트페이지)는 원래 자녀를 둔 40대 여성이 주요 구매층. 하지만 최근 2030 여성층에 인기가 높은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뮤’와 협업한 새로운 표지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리커버가 많아지며 독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책의 내용이 보강되는 개정증보판도 아니고, 표지만 바꿔 구매를 유도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기호 출판평론가는 “빈번한 리커버는 책 자체의 무게감을 훼손시킬 수도 있다”며 “리커버를 하더라도 책의 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릴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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