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 땅을 사용할 법적 권리나 소유권을 갖지 못한 채 버려진 땅에 식물을 키우고 지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을 일컫는다. 땅의 오용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행위인데, 일종의 생태 저항 운동으로도 불린다.
소설은 가상의 게릴라 가드닝 단체 ‘버넘 숲’의 조직원들이 산사태로 버려진 마을 부지의 활용 방안을 놓고 벌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버넘 숲’의 명칭은 셰익스피어의 고전 ‘맥베스’ 중 “버넘 숲이 무너지지 않고서야 맥베스는 안전하다”는 마녀의 신탁 내용에서 따왔다.
버넘 숲의 리더는 우연히 마주한 미국 드론업체 최고경영자(CEO)이자 억만장자와 타협해 손을 맞잡기로 한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서로를 이용한 뒤 각자 뜻하던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다른 속셈을 품고 있다.
2013년 당시 소설 ‘루미너리스’로 최연소 부커상 수상자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꼽히는 저자가 10년 만인 2023년 내놓은 장편소설. 환경운동과 기술 자본주의가 충돌하는 현대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회적 갈등을 다층적으로 그려냈다.
소설 초반 버넘 숲의 일원들이 품었던 이상과 달리 이들은 2, 3부로 갈수록 현실의 벽 앞에서 점차 좌절한다. 선악 구도도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점차 희미해진다. 단순히 환경 재난을 넘어 현대사회 속 다양한 계층, 세대, 신념으로 인한 갈등을 종합적으로 담았다. 독자들에게 진정 중요한 신념은 무엇인지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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