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피리’ ‘돈 조반니’와 함께 모차르트의 오페라 가운데서도 첫손 꼽히는 ‘피가로의 결혼’을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첫 작품으로 공연한다. 20~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피가로의 결혼’은 프랑스 혁명 전야 작가 피에르 보마르셰의 희곡을 바탕으로 귀족 제도의 모순을 풍자한 오페라다. 뒤에 나온 로시니의 ‘세빌랴의 이발사’가 내용상으로 전편 격이다. 알마비바 백작의 결혼을 성공시켜 백작가의 하인이 된 피가로는 수잔나와 결혼을 준비하지만, 백작이 수잔나에 눈독 들이고 결혼을 방해하려는 것을 알고는 분노한다. 피가로와 수잔나, 백작부인은 꾀를 내서 백작을 망신 주려 하는데….
이번 공연은 2018년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2019년 바일 ‘마호가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등 앞서 국립오페라단의 공연 두 편을 지휘한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든다. 프랑스 연출가 뱅상 위게가 연출을 맡는다. 위게는 프랑스 아미앵 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강의한 ‘학자 연출가’다. 2021~22년 베를린 운터 덴 린덴 국립오페라에서 ‘피가로의 결혼’ 등 모차르트 오페라를 연출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오페라 팬들을 대상으로 한 ‘피가로의 결혼 미리보기’가 열렸다. 지휘자 라일란트는 “인물들이 가진 유머와 감정의 깊이를 동시에 담기게 한 ‘조코조(giocoso)’ 양식을 모차르트가 완벽히 소화했다”며 “관현악의 효과로 감정의 효과를 더 끌어올렸고, 3명~6명이 부르는 다양한 앙상블도 들으면 그냥 인물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지휘자 연출가라일란트는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영향을 해석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르농쿠르는 인물들이 노래를 부를 때 토론을 하는 것처럼 하라고 강조했죠. 춤곡 리듬이 있는 부분은 빠르게 처리해서 무용수들이 실제 무용을 하는 느낌이 들 겁니다.”
연출자 위게는 “이 오페라에는 특권층에 대한 비판도 들어있지만 모차르트는 작품 속 인간들의 관계와 열정을 표현하는 데 더 힘을 쏟았다. 사랑과 질투 같은 본능에 대해 고찰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위게는 이전 베를린에서 공연한 ‘피가로의 결혼’에서 주인공들이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결혼식 장면에 디스코볼이 돌아가는 1980년대식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그는 “당시 80년대를 그린 스페인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번 무대를 어떻게 표현할지는 연습을 통해 발견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만 밝히면, 무대 위의 커다란 집회전합니다. 원작의 부제가 ‘광란의 하루’인데, 그 제목처럼 집이 돌면서 아침부터 밤까지의 하루를 보여줍니다.”
그는 한국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저택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이번 공연에는 피가로 역에 베이스 김병길 박재성, 수잔나 역에 소프라노 이혜정 손나래, 백작 역에 바리톤 양준모 이동환, 백작부인 역에 소프라노 홍주영 최지은, 케루비노 역에 메조소프라노 라헬 브레데와 김세린이 출연한다. 국립오페라단이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출연진 인터뷰에서 김병길은 “똑똑한 줄 아는 피가로와 뒤에서 그의 약점을 채워주는 수잔나의 케미를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은은 “고전적인 백작부인을 넘어 창의적이고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강인한 여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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